AP "우쭌여우는 당국의 '제로 코로나 옹호' 지시에 무력감 느껴"
"中, 전문가들의 제안 무시하고 갑자기 방역 풀어 인명 피해 초래"
"中 중난산, 작년 시진핑에 방역 점진 완화 촉구 편지 보내"
중국 보건 전문가들이 지난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점진적 폐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무시하다가 '백지시위' 직후 준비 없이 갑자기 방역을 완화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고 AP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AP는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전·현직 직원, 전문가, 정부 고문 등 20여명을 인터뷰하고, 중국의 내무 문건과 통지문을 입수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P는 "중국 관영매체는 지난해 12월 갑작스러운 '제로 코로나' 폐지에 대해 결코 충동적인 것이 아니며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 공산당이 너무 늦기 전에 출구 전략을 시작하려는 중국 최고 의료 전문가들의 반복적인 노력을 제쳐뒀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말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면서 많은 중국 최고 의료 전문가와 관리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우려했고, 작년 3월 최고 의료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리오프닝(일상 재개) 전략을 국무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같은 달 상하이에서 감염이 확산하자 리오프닝 논의는 조용해졌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의 봉쇄를 지시하면서 중국 보건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지지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도전하는 것을 우려하며 출구 전략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중단했다.

그러다 상하이의 상황이 진정됐을 무렵에는 중국 최고 정치행사인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 리오프닝이 정치적으로 어려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 전문가는 "모두가 당 대회를 기다렸고 모두가 어쩔 수 없이 매우 조심해야 했다"고 말했다.

AP는 "10월 중순 당 대회가 끝나자 마침내 보건 분야에서 일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며 "우쭌여우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감염병학 수석 전문가가 10월 28일자 내부 문건에서 베이징시 정부의 과도한 코로나19 통제에 대해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비판했다"고 해당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우쭌여우는 베이징시 정부가 중앙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왜곡하면서 대중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한 전 관리는 AP에 우쭌여우가 사석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과도함에 대해 종종 불만을 표했음에도 공개적으로는 이 정책을 옹호하라는 지시를 받아 무력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AP는 또한 "중국 감염병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가 시 주석에게 개인적으로 서한을 보내 제로 코로나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방역을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초 당시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였던 쑨춘란 부총리가 보건, 여행, 경제 분야 전문가들을 소집해 방역 정책의 조정을 논의했음을 소식통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후 11월 11일 국무원은 방역 관련 20개 새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의 전반적 방침을 확고부동하게 관철할 것"을 지시한 해당 지침은 현장에서 갈팡질팡 혼란을 키웠고, 11월 말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로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이른바 '백지시위'가 벌어지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AP는 지적했다.

결국 국무원은 12월 7일 방역을 대폭 완화한 10개 조치를 발표했다.

"中 중난산, 작년 시진핑에 방역 점진 완화 촉구 편지 보내"
AP는 "최종 결정은 갑자기 이뤄졌고 보건 전문가들로부터의 의견 수렴은 거의 없었다고 여러 전문가가 밝혔다"고 전했다.

한 중국 정부 고문은 AP에 "우리 중 누구도 180도 전환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3명의 전·현직 공무원은 중국 정부에서 많은 이들이 시위가 시 주석이 방역 통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가속한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노인이 백신을 맞지 않고 약국에는 항바이러스제가 부족하며 병원들은 적절한 물자와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쉽게 퍼져나가는 겨울철에 갑자기 방역을 해제하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수십만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AP는 지적했다.

지난달 중국 방역 당국은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2개월간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8만3천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의 실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80만~110만 명 사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의 한 관리는 AP에 "이는 전혀 건강한 공중 보건 정책이 아니다"라며 "절대적으로 나쁜 시기였고, 이는 준비된 리오프닝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센터의 한 전 관리는 "사흘 전에라도 알려줬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일이 벌어진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