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재대만협회 회장 출신의 CNAPS 소장, 타이베이서 강연

미국과 대만은 중국과의 무력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미국재대만협회(AIT) 회장 출신의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가 조언했다.

23일 대만 중앙통신사와 타이완뉴스 등에 따르면 AIT 회장을 지낸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시아정책연구센터(CNAPS) 소장은 전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강연에서 가까운 장래에 중국과 대만 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무력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리처드 부시 "미국·대만, 중국과의 무력 분쟁에 대비해야"
AIT는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역할을 하는 기관이며, 부시 소장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AIT 회장을 지냈다.

부시 소장은 대만과 미국은 무엇보다 (중국과의) 전쟁 위험을 줄이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군사적 대결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쟁 위험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는 대만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을 설득하는 방안과 함께 중국이 대만 침공을 결심하지 못하도록 효과적인 억지력을 갖추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소장은 만일 중국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의 지원 병력이 대만의 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위해선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보면서 대만이 해안선을 방어할 충분한 군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시 소장은 또 2024년부터 군 의무복무 기간을 현행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기로 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결정을 지지한다면서 잘 훈련된 예비군을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의 총통선거와 관련해 대만의 정당들이 공동으로 중국에 대해 선거 개입 포기, 대만의 독립 인정,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폐기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부시 소장은 강연에 앞서 지난 21일 차이 총통을 면담하고 대만해협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6년 5월 민진당 소속의 차이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과의 공식 관계를 단절하고 대만에 대한 강도 높은 군사·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8월 2∼3일 당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군용기를 지속적으로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부시 소장은 AIT 회장직에서 퇴임한 뒤 브루킹스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20년 이상 CNAPS 소장을 맡고 있는 저명한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