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무 시배지, 국내 차 절반 가량 생산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든 명품
농민 노력과 연구개발로 감칠맛·향미 풍부…'왕의 녹차' 불리는 고급 차

※ 편집자 주 = 예로부터 약으로 이용하던 차(茶)는 이제 대형 마트, 편의점 등 어디서나 쉽게 구해서 마실 수 있는 대중 음료가 됐습니다.

연합뉴스는 차 분야 최초 정부 승인 국제 행사인 '2023 하동세계茶엑스포' 5월 개최를 앞두고 1천2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차 시배지(始培地)인 경남 하동군 차를 소개합니다.

하동 차의 다양한 맛과 진가, 찻잎 생산·연구소 등 현장의 생생함이 담긴 기사를 연재합니다.

[세계가 반한 우리 차]①'세계중요농업유산' 차 1번지 경남 하동
경남 서남부에 위치한 하동군은 1천2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차 시배지, 차의 고향이다.

주요 재배지인 하동 화개면은 평균 해발 1천200m가 넘는 지리산국립공원 종주 능선이 서북쪽으로 가로지른다.

남쪽은 섬진강과 강의 지류인 화개천이 맞닿아 흐르는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해발 200m 정도의 지형이다.

산의 골이 깊어 밤과 낮의 기온 차가 크고, 운무가 자주 발생해 차나무 일조량을 조절한다.

이런 환경은 차나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찻잎에 맛과 향을 더한다.

토양은 약산성으로 수분이 충분하고, 자갈이 많은 사력질 토양이라 차나무 재배를 위한 최적지다.

천혜의 재배 조건으로 하동에서는 일찍부터 차를 마신 기록이 전해져 온다.

[세계가 반한 우리 차]①'세계중요농업유산' 차 1번지 경남 하동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이 차 종자를 가져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

차는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 이르러 성하였다'고 기록된 것으로 미뤄 선덕여왕 이전부터 차를 마셨음을 알 수 있다.

사기에 기록된 곳은 화개면 차시배지길 4-5로 사신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차나무를 심은 곳이다.

2008년 7월 한국기록원에 공식적인 차시배지로 등록됐다.

이는 화개면에 위치한 사찰 쌍계사 입구에 세워진 대렴공추원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비에는 하동 지리산 쌍계사가 우리나라 차 시배지라고 표기돼 있다.

[세계가 반한 우리 차]①'세계중요농업유산' 차 1번지 경남 하동
국내 차나무 최고(最古) 지역답게 품질 또한 최고(最高)다.

품질 향상을 위해 군은 2007년 10월께 하동녹차연구소를 개소했다.

30여명의 연구원, 심사원, 검사원 등으로 구성됐다.

상당수는 차 관련 석·박사 학위를 가진 차 전문가로 이들은 녹차에 관한 연구개발 및 지역 농가 문제점을 해결한다.

또 하동에는 녹차 생산 및 제다 업체 등으로 구성된 '하동녹차발전협의회'가 있어 하동 차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종철 책임연구원은 "우수한 재배 환경과 다양한 연구개발 등을 통해 하동에서 생산하는 차는 감칠맛이 높고, 향미가 풍부하다"고 자랑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하동은 찻잎 크기가 작아 수확이 쉽지 않은 우전, 세작 등 고급 녹차의 생산액이 높다"고 강조했다.

[세계가 반한 우리 차]①'세계중요농업유산' 차 1번지 경남 하동
실제 하동 녹차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덖음'을 활용해 고급 녹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날 따온 잎을 멍석에 깔아놓고 큰 잎, 묵은 잎, 줄기, 부스러기를 가려낸 다음, 솥이 잘 달구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적당한 양을 넣고 빠른 시간에 덖는 것이다.

잘 덖어진 찻잎은 그 맛이 구수하고 향기가 좋다.

또한 찻잎의 수분을 제거함으로써 부패하거나 변질하는 것을 방지한다.

차의 성분을 오랫동안 보존하면서 운반과 보관이 편리한 이점이 있다.

이는 보급형 녹차를 생산하는 다른 지역 차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고려시대 왕실에 들어간 '왕의 녹차'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동은 차 생산 최적지인 만큼 수확량도 타지역을 압도한다.

군이 제공한 지역별 차 재배 및 생산 농가 현황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전국 총 2천498 농가가 2천539㏊ 수확 면적에서 3천576t을 생산했다.

이 중 하동은 절반 가까운 1천66 농가가 725㏊에서 1천261t의 차를 생산했다.

국내 3대 차 재배지라 불리는 전남 보성(582 농가, 805t 생산), 제주도(48 농가, 857t 생산)를 압도한다.

다만 2021년 제주의 경우 냉해로 생산량이 급감한 수치다.

이런 내용은 과거 문서도 뒷받침한다.

조선 후기 승려이자 국내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가 조선의 차에 관해 기술한 동다송에는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사오십리 뻗어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보다 넓은 차밭은 없다'고 표기했다.

[세계가 반한 우리 차]①'세계중요농업유산' 차 1번지 경남 하동
하동 녹차는 긴 역사와 품질을 바탕으로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지정됐다.

GIAHS는 몇 세기에 걸쳐 발달하고 형성한 전통적인 농업과 관련한 문화, 경관 등이 풍부해 차세대에게 계승해야 하는 중요한 농업 유산을 의미한다.

녹차 분야 국내 최초다.

하동 녹차는 2021년 미국, 캐나다 등 9개 국가에 114t을 수출해 32억원 상당의 농가 소득을 올리는 등 세계인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하동 차 수확시기는 4월에서 9월까지다.

이 시기 차밭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3월 말에서 4월 초에는 영호남 화합의 터인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를 잇는 벚꽃길에는 전국 관광지에서 상춘객이 몰린다.

5월에는 하동 주요 차밭이 초록으로 물들면서 웨딩촬영하는 예비 신혼부부 등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계가 반한 우리 차]①'세계중요농업유산' 차 1번지 경남 하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