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뉴욕 갱단과 맞선 '이탈리아의 셜록'
20세기 초 미국 뉴욕에 대규모 갈취, 암살, 아동 납치, 폭탄 테러를 일삼은 악명 높은 범죄 조직 ‘검은손협회’와 이에 맞선 형사 조지프 페트로시노가 있었다. 형사는 뛰어난 기억력과 변장술을 갖췄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이라 ‘이탈리아의 셜록 홈스’라고 불렸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이야기다. 미국 내러티브 논픽션 작가 스테판 탈티가 쓴 <블랙핸드>는 이 검은손협회와 페트로시노의 대결을 그린다. 검은손협회는 뉴욕 마피아의 전신이다. 아이들을 납치해 돈을 요구하고 돈을 내지 않으면 건물을 폭파했다. 초창기 이탈리아계 이민자를 타깃으로 범행을 벌이다 활동 영역을 차츰 넓혀 뉴욕의 모든 시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검은손은 그러고도 법망을 자주 빠져나갔다.

이에 맞서 나타난 인물이 페트로시노 형사다. 1860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에 왔다. 뉴욕 최초의 이탈리아계 형사가 됐고, ‘신비의 6인조’라고 불린 검은손 전담 수사반을 신설해 반장을 맡았다.

페트로시노는 기억력이 뛰어났다. 범죄자 수천 명의 이름과 얼굴 생김새, 습관, 기소된 죄명 따위를 모조리 외우고 다녔다. 위장술에도 능했다. 하루 1달러 버는 막노동자나 조직폭력배, 위생국 공무원 혹은 가톨릭 사제로 자유자재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는 한 번도 뇌물수수 혐의를 받지 않았을 만큼 비리와 거리가 멀었다. 길거리 싸움에서 져본 적도 없었다. 이탈리아 이민자 사회와 심지어 경찰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묵묵히 범인들을 잡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