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주고 끌어주고 '직업이 사외이사'인 그들
상장회사 사이에 사외이사의 ‘겹치기’나 ‘갈아타기’ 선임이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구인난 속에 기존 사외이사가 후임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관행이 자리 잡으면서 사외이사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정기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린 85개 기업의 후보 180명을 분석한 결과, 35명이 다른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거나 맡을 예정이었다. 과거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경력자’까지 합치면 49명(27.2%)이다. 사외이사 후보 직업은 교수가 76명(42.2%)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전직 관료, 법조인, 금융인 순이었다. 사외이사는 동시에 2개 상장사까지 맡을 수 있으며 임기는 최대 6년(3년 연임)이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현 사외이사가 같은 학회 소속 교수나 동문을 후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양상은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 분산 기업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 후보인 김준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사외이사인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국제중재실무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김 교수는 이 학회 7대(현재) 회장이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 교수는 2004년 SK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겪을 때 소버린 편에 섰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둘 사이에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영진의 전횡과 방만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임기 보장을 무기로 거꾸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승화 교수 반론문]
장승화 교수는 이 기사에 대해
“①김준기 교수와는 같은 전공 교수일 뿐 특별히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다. 같이 활동했다는 국제중재실무회도 2012년 회장 임기를 마친 뒤 거의 나가지 않았다.
②포스코 사외이사 추천자문단이 김준기 교수를 포함한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추천자문단을 접촉하거나 추천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전혀 없다
③3인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김 교수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퇴임을 앞둔 사외이사를 사외이사추천위에서 배제하는 곳은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김재후/김진성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