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조그 대통령 "내전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 경고
투톱 균열? 네타냐후 총리 "현재 상황 유지하자는 것"
대통령 내놓은 사법개혁 타협안에…네타냐후, 단박에 퇴짜
이스라엘 우파 연립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대통령이 내전 가능성을 경고하며 정부에 타협안을 제시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전역으로 방송되는 TV 연설에서 정부의 사법 개혁 추진으로 촉발된 갈등을 잠재울 타협안을 공개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이 제안한 타협안에 따르면 의회는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다만 판사들은 이스라엘의 연성헌법인 '기본법'을 무력화할 수 없고, 이 기본법은 의회에서 단순 다수가 아닌 압도적 다수의 동의로 채택된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또 사법 선출위원회 구성을 장관 3명과 고등법원장 1명, 판사 2명, 대법원장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한 공무원 2명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진짜 내전이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라며 "심연은 손에 닿을 거리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진짜 위기에 깊이 빠졌지만, 거대한 기회도 앞에 있다"며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연정이 타협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 타협안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연정이 대법원의 권한을 억제해 정부의 삼권 분립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로 추진 중인 사법 개혁안에서 한발 물러선 중재안이다.

대통령 내놓은 사법개혁 타협안에…네타냐후, 단박에 퇴짜
네타냐후 정부의 개혁안은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현재 9명인 사법 선출위원회 위원 수를 11명으로 늘리는 한편, 위원 구성을 장관급 각료 3명(법무부 장관 당연직), 크네세트(의회) 의원 3명(야권 1명), 법무부 장관이 지명한 공익단체 대표 2명, 대법원 판사 3명 등으로 변경할 것을 제시했다.

또 법안에 명시된 대법관 임명안 가결정족수는 6명으로, 사실상 여당이 대법관 인사를 손쉽게 주무를 수 있는 구조다.

독일을 방문 중인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나 헤르조그 대통령의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즉각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대통령이 제안한 타협안의 핵심 내용은 기존의 상황을 영속시키는 것으로 이스라엘 정부에 필요한 균형을 이뤄낼 수 없다"고 밝혔다.

요시 푹스 연정 비서관도 트위터에서 "대통령의 제안은 일방적이며 연정의 어떠한 구성원도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사실상 명예직에 가깝고 정치적 실권은 총리에게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