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평등하다는 착각·연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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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평등하다는 착각·연어의 시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KR20230316080800005_01_i_P4.jpg)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서 편집자 및 칼럼니스트로 20년간 근무한 저자가 남녀 차별 문제를 조명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여성들은 학교에서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있고, 학력도 높아지는 추세다.
사회를 이끄는 여성 지도자들도, 기업 CEO들도 늘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여성운동은 한발짝 더 전진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 이룬 진보에 너무 쉽게 기뻐하면서 세상에 여전히 존재하는 편향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편향은 자연스럽게 남성을 사회 지도자와 등치시키고, 여성을 가사와 연결 짓는다.
또한 여성의 지성이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비과학적 주장을 강화하는 데도 작용한다.
이는 "오랜 가부장제 속에서 남성에게 권위를 부여하던 세월이 우리 마음에 흔적을 남겨놓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버나딘 에바리스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역임하고 재무부 장관으로 활동 중인 재닛 옐런과 같은 유명 인사들뿐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 MZ세대의 여성을 만나 차별을 당한 다양한 사례를 전한다.
아울러 남성, 트랜스젠더, 흑인 및 유색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여러 사람의 이야기와 방대한 연구 자료를 토대로 사회에 잔존하는 남녀 차별의 무의식적 편향을 상세히 그린다.
앵글북스. 488쪽.
![[신간] 평등하다는 착각·연어의 시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KR20230316080800005_02_i_P4.jpg)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알을 낳으러 강으로 돌아온다.
연어의 삶은 육지와 바다, 두 곳 모두와 연결돼 있다.
행동반경이 이렇듯 넓기에 인간과 만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체로 비극으로 귀결된다.
'대구'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마크 쿨란스키가 쓴 이 책은 연어에 대한 인간들의 집요한 괴롭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남획,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공장, 무차별적으로 살포된 DDT는 연어의 숨통을 조였다.
벌목, 운하 건설 등도 그들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줬다.
최대의 위협은 댐이었다.
수십 미터의 거대한 구조물은 연어의 길을 가로막았다.
새로 태어나 바다로 향하려던 새끼 연어도,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산란기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성체 연어도 모두 길을 잃었다.
연어 개체수는 급격히 줄었다.
2005년 태평양연어의 생존 예측에 관해 연구한 과학자들은 지구상 연어의 23%가 멸종할 위험성이 '보통 이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사태 수습을 위해 대규모 연어 양식을 비롯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은 효과가 없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연어는 또한 "먹이 그물"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연어가 멸종한다면 먹이 그물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다른 종의 연쇄 멸종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연어가 살아남지 못하면 지구 또한 생존할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디플롯. 46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