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민영환 서구식 군복' 국가등록문화재 등록 예고
을사늑약에 죽음으로 항거한 민영환의 서구식 군복, 문화재 된다
"오호라, 나라의 수치와 백성의 욕됨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경쟁의 와중에서 모두 없어질 것이다.

"
대한제국 내부대신, 군법교정총재 등을 지낸 민영환(1861∼1905)은 일제가 대한제국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이 체결된 직후인 1905년 11월 30일 자결했다.

그는 유서에서 '마음으로 단결하고 힘을 합쳐서 우리의 자유 독립을 회복한다면 죽은 자가 마땅히 저 어두운 저세상에서 기뻐 웃을 것'이라며 동포 형제에게 바라는 말을 남겼다.

일제의 침략에 죽음으로 항거한 것으로 잘 알려진 민영환이 생전 입었던 서구식 군복이 등록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민영환 서구식 군복'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15일 예고했다.

이 군복은 1897∼19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모자, 상·하의 등 총 14건 17점으로 구성돼 있다.

서구식 군복 제도는 1895년 육군복 종류와 복장별 품목 등을 규정한 '육군복장규칙'에 따라 시행됐다.

민영환의 군복 유물은 1897년과 1900년에 개정된 '육군장졸복장제식'에 따라 예모(禮帽·예복을 입을 때 격식에 맞춰 쓰는 모자), 대례의(大禮衣·상의), 소례 견장(肩章·제복의 어깨에 붙이는 표장) 등 구성 요소를 대부분 갖췄다.

을사늑약에 죽음으로 항거한 민영환의 서구식 군복, 문화재 된다
지난해 열린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유물은 민영환의 후손이 2005년 민영환 순국 100주년을 맞아 고려대 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소장 경위가 명백하고 역사적 의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일부를 '민영환 예복 일습'이라는 명칭으로 신청했으나 전문가 검토를 거쳐 칼을 찰 때 필요한 도대(刀帶), 육군 복장과 함께 단 훈장 품목인 대수(大綬) 등을 갖춰 '민영환 서구식 군복'으로 등록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말 문신이자 대한제국의 개화 관료로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죽음으로 항거한 민영환이 입었던 군복"이라며 "구성 요소 등을 볼 때 복식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한국인 첫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1821∼1846)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성당과 묘역인 '안성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성당'을 국가등록문화재로 확정했다.

1928년 세워진 성당은 원형이 상당 부분 유지된 데다 성당 앞에 있는 묘역이 성당이라는 상징성과 공간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을사늑약에 죽음으로 항거한 민영환의 서구식 군복, 문화재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