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짜리 티라노 화석 경매에…과학자들 "연구는 어떡하라고"
유럽에서 처음으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 화석이 경매에 나온다.

일각에서는 상태가 좋은 공룡 화석들이 개인 소장고로 줄줄이 숨어버리진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위스 경매회사 콜러는 내달 취리히에서 약 11m 크기의 T-렉스 화석에 대한 경매를 진행한다.

화석은 2008∼2013년에 미국 몬태나주와 와이오밍주 등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 6천600만년 전에 살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3마리의 화석을 조합한 것이다.

콜러는 이를 '삼위일체 유골'이라고 부르며 "알려진 표본 가운데 가장 상태가 좋은 것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콜러는 현소유주의 신원을 알리지 않고, 단지 개인 소장품이라고만 밝혔다.

낙찰가는 450만 파운드(약 71억원)에서 720만 파운드(약 114억원) 사이로 예상된다.

문제는 상태가 좋은 T-렉스의 화석이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고생물학 전문가들은 이런 높은 가격에 공룡뼈 화석을 매입할 수 있는 박물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경매를 신호탄으로 과학적으로는 값을 매길 수도 없는 화석들이 줄줄이 경매를 통해 갑부들의 개인 소장고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경우 전문가들이 연구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화석이 갈수록 줄어들게 된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카르타고대학에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연구하는 토마스 카 교수에 따르면 학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박물관 소장 공룡 표본은 전세게에 59개뿐이지만, 개인 소장품은 74개나 된다.

그는 "이번 경매는 어린 학생부터 과학자에 이르기까지 자연사에 관심을 갖는 모든 이들에게는 엄청난 손실을 가져다줄 추잡하고 지저분한 일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미국 남북전쟁 직후 JP 모건과 존 록펠러 등 미국 갑부들이 화석을 사들이던 19세기 황금기부터 부자들이 공룡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할리우드 스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과거 T-렉스 화석 경매에 응찰한 적이 있다.

2007년 미국 베벌리힐스 경매에서는 또 다른 할리우드 스타인 니컬러스 케이지가 디캐프리오를 제치고 타르보사우루스 바타아르 유골을 낙찰받은 일도 있다.

타르보사우루스 바타아르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친척뻘 되는 공룡이다.

카 교수는 "모든 공룡 뼈에는 과학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며 "이번 '트리니티' 경매는 티라노사우루스 3마리의 뼈라는 점에서 이들 표본이 개인 소유로 넘어가는 것은 심각하고 측정할 수 없는 실질적인 과학적 손실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