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식통들 "中파견 노동자에 '식량 확보비' 1인당 19만원 갹출"

식량난을 겪는 북한이 군량미를 방출하고, 중국에서 60만t의 식량 확보 지시를 내렸다고 중국 내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15일 전했다.

"식량난 북한, 군량미 방출…중국서 60만t 확보하라 지시"
또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에게 1인당 1천위안(약 19만원)의 '식량 확보비' 갹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중국 내 북한 무역일꾼들이 '군량미를 민간에 풀 정도로 식량 사정이 안 좋다'고 말했다"며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강군 건설을 최우선으로 삼는 북한이 군량미까지 방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무역상들에게 쌀과 밀, 옥수수 등 60만t의 식량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1일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들에게 1인당 1천위안씩 갹출하라는 통지가 시달됐다"며 "그동안 사업장 단위로 노동자 급여의 절반가량을 마련, 북한에 물자를 보냈는데 1인당 할당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단둥과 훈춘, 투먼 등 중국 변경 지역에는 8만∼10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의류 임가공, 수산업, 식당, IT 관련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평균 월 급여는 업종별로 2천500∼4천위안(약 47만4천∼75만8천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 내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작년에는 해열제 등 의약품 요구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식량 수입에 집중하고 있다"며 "북중 화물열차와 해상 교역을 통해 북한이 수입하는 물자 대부분이 식량"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중국의 정부 비축미나 군량미 수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식량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같은 자금으로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량 안보를 강조해온 중국이 지정 업체들에 대해 일정 물량만 수출하도록 엄격하게 통제해 북한 무역상들이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국 무역상은 "여러 명의 북한 무역상들의 주문이 한꺼번에 들어오기도 한다"며 "할당된 목표 물량 확보를 위해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량 확보가 시급한 처지이지만, 북한은 2020년 1월 봉쇄한 북중 변경 육로를 아직 개방하지 않고 있다.

작년 1월 단둥∼신의주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에 이어 지난 1월 초 훈춘∼나선 화물트럭 운행을 부분 재개했으나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단둥∼신의주 간 화물트럭은 3년 넘게 멈춘 상태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올해 초 화물트럭 400여대가 북한 운행 허가증 갱신을 마쳐 재개 임박설이 돌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19는 진정됐으나 유행성 독감이 번지고, 북한 내 코로나19도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의료자원이 부족한 북한은 전염병 유입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량난 북한, 군량미 방출…중국서 60만t 확보하라 지시"
이 때문에 중국에서 확보한 식량은 화물열차나 다롄항·산둥 룽커우항과 남포항을 오가는 화물선이 운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제재로 주요 수출 품목이었던 지하자원과 수산물 수출길이 막혀 수입 물자 확보 자금 대부분을 중국 내 노동자들의 임금에 의존하는 처지라 육로를 개통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물자를 들여갈 수 없는 형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9일 유엔 인권이사회(UNHCR)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인구의 42%가 식량 부족으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20일 브리핑에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