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소통 강화에다 징용해법 대응 '원팀' 기대…前비서실장 사망에 자세 낮추기도
비명계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선 사퇴 요구 목소리 커
李, 민생·소통 해법찾기 고심…비명계 "당·대표 리스크 분리"(종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와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 사망 사건 이후 격화하는 당 내홍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부 소통을 강화해 비명(비이재명)계를 설득하는 한편 민생 문제를 앞세워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는 것으로 리더십 위기를 수습한다는 복안이다.

이 대표는 14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성남을 찾아 장시간 노동 문제와 관련해 IT 업계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대표는 "장시간 노동이 당연한 일상처럼 느껴질까 걱정"이라며 "주 4.5일제 계획 등을 수립해 노동자와 함께 행복한 삶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 내부 문제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우직하게 민생 개선에 집중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강조하면서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후에는 실시간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원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대표는 방송에서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측근 인사가 검찰 수사를 받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어떤 방식이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자세를 낮추며 자신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정치는 단합이 중요하다"며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를 향해 '문자폭탄' 등 공세를 이어가자 이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로 당 분열을 막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명계가 이 대표에게 지속해서 촉구한 사항이기도 하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만약에 그렇게(비명계를 향해 도를 넘는 공격을) 하면 '결별하겠다' 정도의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대응 등을 계기로 당이 뭉치는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강제징용 해법 문제는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문제로 이에 대응하는 데는 계파를 떠나 하나로 뭉쳐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직 사퇴 요구는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내부 소통 강화는 미봉책일뿐, 이 대표가 근본적으로 현 사태를 해결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아무리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이재명 체제를 끝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사퇴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했다.

비명계가 주축이 된 당내 모임 '민주당의 길'이 이날 오후 '대선 1년, 대한민국과 민주당'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도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결의를 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사퇴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의원들은 있었다"며 "시기나 방법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표의 리스크와 당의 리스크가 분리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 전원이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수가 이 같은 해법에 입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모임을 주도하는 김종민 의원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그것(이 대표 사퇴)은 논의한 바가 없다"면서도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별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사퇴 압박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비명계와 스킨십을 늘리는 것을 궁극적인 내홍 수습 방안이라는 게 이 대표 측 생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내년 총선 공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당내 기구인 '2024 총선 공천제도 TF(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석했다.

TF 단장과 부단장은 각각 '이낙연계'와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정태호 의원이다.

이 대표는 당내 주요 모임 중 하나로 '김근태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과의 만남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