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전액 보호·긴급 현금대출에 부작용 주목
전문가 "도덕적 해이 고려해 수위 조절할 필요"
"대마불사 부추긴다"…미국 SVB 대책에 모럴해저드 뒷말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긴급 해결책을 두고 뒷말도 나온다.

안전장치가 과도하면 금융업체의 부실·방만 경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예금보험공사가 13일(현지시간) 시행한 대책의 골자는 예금전액 보호, 긴급 유동성 지원이다.

예금인출 쇄도로 폐쇄된 SVB, 시그니처은행의 고객 예치금을 상한 25만달러를 넘어 모두 보호하고, 비슷한 위기에 몰리는 다른 은행들에는 현금을 신속히 빌려준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접근은 당장 타당해 보이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퍼트리샤 A. 매코이 보스턴대 법학과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대책이 예금주를 안심시키고 뱅크런(예금인출 쇄도)를 막을 조치라는 점은 인정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대책은 SVB 붕괴사태의 물질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심리적 파장도 차단하려는 조치로 관측된다.

은행 기능이 마비되면 많은 거래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임금체불, 도산 등을 통해 노동자에게도 고통이 전가된다.

"대마불사 부추긴다"…미국 SVB 대책에 모럴해저드 뒷말
예금주 불안이나 금융체계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 뱅크런이 심화해 여러 다른 은행이 추가로 위험에 노출된다.

매코이 교수는 정부의 목적이 기본적으로 지역 은행들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소수 대형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이는 이들 금융업체에 대마불사(大馬不死·too big to fail) 속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에서 대마불사는 큰 기업은 사회경제적으로 너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뜻한다.

대형은행이 파산하면 위험이 사회 전반에 뻗는 까닭에 당국이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를 부른 대형 투자은행들을 구제금융으로 살려내 대마불사 흑역사를 썼다.

대마불사 인식의 확산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는 무모한 경영을 부추겨 나중에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코이 교수는 규제당국과 의회가 예금보호 상한을 없애거나 영구적으로 높이는 등 수위가 높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위험감행을 조장하는 조치라며 "이런 게(미국 정부의 SVB 사태 대응이) 발생할 때마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촉진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