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홍콩·대만·감염병·인구감소·미중관계 등에 입장 밝혀
작년 경제공작회의 발표 재탕…한반도 문제 거론 안 돼
中 신임총리 113분 기자회견 데뷔전…'발전' 46차례 언급
리창 신임 중국 총리가 13일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질의 응답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 서열 2위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지난 11일 행정부 수반인 국무원 총리로 임명된 뒤 가진 첫 기자회견이다.

베이징 인민대회당 3층 금대청은 신임 총리의 첫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전날 오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1박 2일간 격리를 마친 내외신 기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 30분께 자주색 넥타이를 맨 리 총리가 손을 흔들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이어 딩쉐샹, 허리펑, 류궈중, 장궈칭 부총리가 뒤를 따랐다.

파란색 백드롭엔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차 회의 기자회견'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중국은 매년 전인대 폐회식 직후 총리가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며 경제운용 방침 등을 밝힌다.

리 총리는 자리에 앉아 약 2분간 총리 임명에 따른 각오를 밝힌 뒤 곧바로 질의응답을 시작했다.

1시간 43분간 10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중국 기자 5명과 대만 포함 외국 기자 5명에게 절반씩 할당했다.

사회자가 기자들을 지목하고, 질의응답을 순차통역하는 방식이었다.

주제는 경제를 중심으로 홍콩·대만 문제, 감염병 정책, 인구 감소, 농촌 활성화, 미중 관계 등을 총망라했다.

첫 질문은 중국중앙TV(CCTV) 기자가 새 정부의 시정목표를 물었고, 리 총리는 웃으며 인민중심 발전 사상, 고품질 발전 추진, 개혁개방 심화라고 답변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 상황을 묻는 말에는 자국의 성장 잠재력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리 총리는 "우리는 시장 규모가 거대하고 대체 불가능하며 산업체계가 완비됐고 인력자원이 풍부하며 발전 기초가 매우 튼튼하다"고 강조한 뒤 "우리 중국인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압도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가니 앞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의 '장풍파랑 미래가기(長風破浪, 未來可期)'란 성어를 언급한 뒤 "나는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리 총리는 기자회견 내내 미소를 띠며 일정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경제 성장 등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서는 손동작과 함께 강한 어조를 사용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의 핵심 키워드는 '발전', '개혁개방', '취업', '인구'였다.

답변 과정에서 발전 46차례, 개혁개방 13차례, 취업 12차례, 인구 10차례를 각각 언급하는 등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中 신임총리 113분 기자회견 데뷔전…'발전' 46차례 언급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5.5% 안팎)에 크게 하회하는 3% 성장에 그친 만큼 '안정 속 성장' 기조하에 내수 확대를 중심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미국과 치열한 전략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미'라는 단어를 7차례 언급했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혹은 시진핑 동지를 중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진핑'이라는 단어도 4차례 언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공작회의와 지난 5일 공개된 정부 업무보고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으로, 리 총리의 색채를 보여줄 만한 발언은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만 문제와 관련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동포들의 정상적인 왕래를 조속히 실현하고 각 분야의 정상적인 협력을 회복하는 것은 모두의 공통된 기대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 상하이 당 서기 시절 미국 등 외국 기업 관계자들과 교류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중미는 협력할 수 있고 협력해야 하며 중미 협력은 전도가 유망하다"고 모범답안을 내놨다.

중국 전문가들은 리 총리가 시진핑 주석의 저장성 당서기 시절 비서실장을 한 인물로, 상무위원 발탁과 총리 지명도 시 주석 작품이라는 점 등으로 미뤄 자신의 색깔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친강 외교부장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이나 북한 등 한반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