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은 여파가 한국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벤처업계는 “아직 직접적 영향권은 아니다”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1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VC는 펀드 포트폴리오 기업 중 미국 법인이 있는지, 있다면 거래 은행이 SVB와 연결돼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SVB 파산으로 포트폴리오 회사가 직격탄을 맞을 것을 우려해서다.

미국에 기반을 둔 한국계 스타트업과 VC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SNS를 통해 “이번 사태로 자금이 묶인 포트폴리오 회사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자금을 돌려받으려면 수주에서 수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썼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현재 상황이 불안해서 30만달러를 제외한 전 자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겨놨다”고 말했다. SVB는 주택 자금 대출 등 창업자를 위한 상품에 특화돼 한국계 스타트업과 VC도 많이 거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주요 VC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대형 VC 대표는 “국내 VC 펀드 구조상 SVB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우는 없다”며 “파급 효과는 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VC 투자를 더욱 보수적으로 만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가뜩이나 VC들이 엄격하게 투자 기준을 따지는데 숨 쉴 구멍이 더 작아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