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어린 시절 히트곡 송대관의 ‘해뜰날’ 가사를 음미해 본다.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어째 요즘 세대에게 먹히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는 안 되는 게 쌔고 쌨기 때문이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고 했지만, 안 되는 일을 쓸데없이 ‘노오력’으로 오기를 부리면 낭패만 본다. ‘오기가 쥐 잡는다’는 속담은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뭔가를 그만둘 때와 계속해야 할 때의 기준이 명확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미련 없이 사업을 접을 수도, 인내를 갖고 계속 경영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처한 상황이 달라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고려 요인은 있겠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 기로에서 생각할 다섯 가지
우선 지속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한다. 사업이 계속해서 적자를 내거나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면 그만둬야 한다. 월급을 주기 힘든데 적립된 퇴직금도 없다면 설상가상이다. 월급을 못 줄 경우를 대비한 매뉴얼은 최소한 마련해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합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구조적인 사업 실패의 경고음이 빈번하게 울릴 수 있으니 귀 기울여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없다면 더 큰 실패와 고뇌의 시간을 비껴가야 한다.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뭔가 선택한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이미 투자한 노력이나 비용과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더 많은 노력과 더 깊은 개입이 사업을 수렁으로 몰고 간다면 미련을 버리는 게 상책이다. 우리 내면에 내재한 손실 회피 성향은 억눌러야 한다. 오직 현재와 미래의 관점에서 투입 비용 대비 산출 수익이 무조건 커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지원도 마찬가지다. 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한계기업이 저금리와 높은 차입의 장기화로 차고 넘친다. 한계기업의 증가는 잠재성장률을 저해한다. 자금을 생산성이 저하된 한계기업에 투입하면 정상적 기업과 혁신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저해된다. 금리가 오른 지금이야말로 구조조정의 적기라 하겠다.

경로의존성도 때로는 피해야 할 덕목이다. 익숙하고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길이 비용을 절감시키는 통로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경로를 채택하기 어렵게 만들어 혁신을 막을 수도 있다. 한 번 정한 경로에 의존하다 나중에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가던 길을 벗어나지 못하면 첩첩산중에 들어선다. 나침반이 없는 망망대해에 있어도 뭘 해야 할지 알아야 성공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는 경로의존성으로 나쁜 제도와 좋지 않은 성과가 발생한다고 봤다. 한번 형성된 제도와 관습은 관성으로 쉽게 변하지 않으니 처음부터 제대로 길을 내야 한다.

변화에 제대로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변화가 어려운 이유는 뭘까.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때문이다.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바꾸고자 하는 행동이 현재의 행동보다 특별하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귀차니즘’이 작용한다. 변화를 불어넣고 싶은 기업은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면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도록 제도를 설계해 조직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게 유도해야 한다. 대신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기본 옵션(default option)을 잘 설계해 수익 증가를 도모하는 게 좋다. 유럽의 대형 국영 철도회사는 좌석 예약 웹 서비스에서 예약 시 기본값으로 티켓 구매 옵션을 가미했다. 그 결과 티켓 발매가 예약과 함께 이뤄지는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해 높은 수익을 챙겼다. 기업은 변화에 민감해야 하나 소비자는 민감하지 않게 하는 게 탁월한 사업 수완이다.

문제는 접기도 계속하기도 애매한 알쏭달쏭한 경우다. 동전 던지기라도 해서 결정하고 싶을 때는 그만두는 게 더 나은 선택이란 연구 결과가 있다. 인내의 가성비가 다할 때는 자발적 포기가 답일 수 있다. 그만둬서 생긴 시간과 노력을 더욱 가치 있는 일에 투입하면 더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비전은 없는데 그놈의 정 때문에 손해만 보는 사업에 집착하다가 빚만 쌓인다. 자발적 손절매는 고독한 일이나 살아남으려면 언제든 궤도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