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협력으로 '실리' 챙겨…카카오도 금융당국 따가운 시선에 '맞손'
카카오가 먼저 하이브 측에 대화 제안
1대 주주 하이브, SM 경영권 양보 배경은…과도한 베팅에 피로감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두고 극한 대립을 빚던 카카오에 경영권을 내주기로 한 것은 한 달 넘게 이어진 '쩐(錢)의 전쟁'에 위기감과 피로감을 크게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가요계와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 여파로 SM 주가는 1개월 전보다 2배 이상 뛰어올라 누가 SM의 새 주인이 되든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제기됐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려 했지만 주가가 이를 훨씬 웃돌면서 실패했다.

카카오 역시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시작했지만 주가는 공개매수가 안팎을 오르내렸다.

이후 하이브가 제2차 공개매수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고, 이 역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즉 인수전이 더 과열되면 하이브와 카카오 둘 중 누가 SM을 품에 안더라도 적정한 SM의 기업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비싼 값을 치러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결국에는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되자 '현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먼저 하이브 측에 대화를 제안했고, 이번 합의가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이브는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S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인수 절차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1대 주주 하이브, SM 경영권 양보 배경은…과도한 베팅에 피로감
전 세계 팬을 잠재적 고객으로 삼아 정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특성상 이번 '치킨 게임'으로 대중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점도 양측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사랑과 꿈을 노래하는 K팝 아이돌이 속한 회사를 둘러싸고 비정한 돈 싸움만 벌이는 모습은 기획사들이 추구하던 '선한 영향력의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인수전에서 정작 업계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인 아티스트와 팬은 안중에 없고 주주와 투자 기관만 부각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측의 치열한 지분 경쟁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금융 당국의 따가운 시선도 이번 합의의 실질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하이브의 SM 지분 공개매수 기간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고, "누구라도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를 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카카오가 이날 입장문에서 "(인수) 경쟁 과정에 대한 국민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밝힌 것은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하이브로서는 결국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경영권 없는 지분' 14.8%를 4천228억원에 사들인 셈이 돼 다소 아쉬운 결말을 맞게 됐다.

1대 주주임에도 경영권을 얻지 못한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러나 카카오와의 '플랫폼 협력'이라는 실리를 얻게 돼 양측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이브는 구체적인 플랫폼 협력에 대해선 "실질적인 협력이 되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고만 밝혔다.

가요계에서는 하이브가 신성장 동력으로 공을 들이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SM 소속 가수들이 협업하는 방안을 협력 시나리오 하나로 점치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SM 같은 거대한 회사도 경영권 분쟁이 빚어져 여러 가지 잡음이 나지 않았느냐"며 "앞으로 K팝 업계에서 회사 지배 구조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잘못된 점은 수정되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