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향기가 나네"…향 도입하는 미술 전시들
"어, 전시장에서 이게 무슨 향기지?"
대표적인 시각예술인 미술에서 전시장에 향을 도입하는 전시가 늘고 있다.

경험을 중시하는 관람 트렌드에 따라 작가와 함께 전시에 어울리는 향기를 만들거나 갤러리를 대표하는 향을 만들기도 한다.

작가가 처음부터 작품의 하나로 향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일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시작된 미국 작가 도나 후앙카 개인전에는 작가가 직접 조향한 향을 전시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향은 남미 지역의 나무인 팔로 산토와 태운 머리카락 등에서 나는 향을 혼합한 것이다.

도나 후앙카는 "소리와 향은 고정된 이미지로 기록할 수 없는데 많은 이들은 움직이는 이미지들로 작품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기억에 표식을 남기고자 향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1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진행되는 키키 스미스 개인전에서도 전시를 기반으로 조향한 향이 전시장 곳곳을 채웠다.

'키키 스미스 자유낙하' 에디션으로 불리는 이 향은 전시의 주제인 '자유낙하'의 움직임을 은유하는 것으로, 호박(amber)과 베티버 뿌리, 제라늄, 호우드(ho wood) 등의 향을 혼합해 만들었다.

미술관은 전문 조향사와 큐레이터, 작가의 협업으로 조향한 이 향을 담은 룸스프레이를 전시 기간 미술관 내 예술서점에서 전시 굿즈로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향기가 나네"…향 도입하는 미술 전시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11일 "관람객이 새로운 방식으로 전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후각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라고 소개했다.

광주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달빛을 소재로 한 향을 전문 조향사와 함께 개발해 '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다.

관람객들의 사색을 돕고 전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갤러리도 자체 향을 내놓았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갤러리 비에이치에이케이(BHAK)도 최근 갤러리를 상징하는 향을 만들었다.

묵직한 흙과 나무를 컨셉으로 한 이 향은 윤형근의 작품이 전시되는 전시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

향을 전시와 접목하는 시도는 앞서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대고려전에서도 있었다.

당시 고려의 차(茶)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에서 차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