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점이라도 환산 점수는 달라…취업에 불이익받을 수도
학생들이 직접 성적 변환식 개정 건의하기도
"성적은 대학 자율…교육부 관여 어려워"

최근 여러 대학이 본교 학생들에게만 유리하게 '학부 성적 평균(GPA)' 점수 환산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GPA(Grade Point Average)'는 '학점 백분위 변환점수'를 말한다.

각 대학별로 학점의 만점 기준이 4.3, 4.5점 등으로 다를 때, 학교 간 비교를 가능하게 만드는 점수다.

GPA는 각 대학이 설정한 규정에 따라 계산 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수도권 내 A대학의 성적 환산식은 '평균 평점x10+55'로, 평균 평점 4.0의 학생은 95점을 취득한다.

반면, '평균 평점X10+57'을 성적 환산식으로 사용하는 B대학의 경우에는 같은 평균 평점 4.0을 적용해도 97점이라는 더 높은 점수를 취득할 수 있다.

GPA는 법학전문대학원, 약학대학 등 입시뿐만 아니라 일부 취업 준비생에게 예민한 점수로 여겨진다.

특히 전문대학원 입시에서 GPA는 1점 차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OK!제보] 대학마다 다른 학점 변환 방식…공정성 논란
지난해 연세대학교가 GPA를 개정한 뒤 학생들의 최종 학점 환산점수가 타 대학에 비해 높아졌다.

여러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는 GPA를 개정하는 일부 학교들 때문에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양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GPA 환산식으로 장난치는 일부 대학의 행위는 공정한 경쟁에서 벗어나는 행위"라며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같은 학점을 취득한 학생이 있을 때, 한양대 GPA 환산식을 적용하면 연세대 환산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더 낮은 점수를 취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한양대 제51대 총학생회는 GPA 백분위 환산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자체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소리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최근 수도권 내 대학이 자교 GPA 환산식을 변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같은 학점임에도 불구하고 출신 대학에 따라 환산 점수가 높거나 낮아지는 유불리 함이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립대학교도 2021년 4월 GPA 환산 방식을 개정한 바 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전문대학원 경쟁에서 GPA 환산 방식 적용 시 상위권 학생이 타학교 학생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것에 대해 개정 요청이 꾸준히 들어왔다"며 "같은 점수 학생이 환산점수를 산정할 때 불이익을 받으면 우리 학생의 손해이기 때문에 개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생 사이에서는 각 대학별 GPA를 통합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재 교육부에서는 GPA 환산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적 관련 운영은 대학에서 학칙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현재 고등교육법상 교육부가 따로 대학의 자율성에 관여하거나 규정 가이드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심모씨는 "근소한 차이로 떨어지는 로스쿨 입시에서 대학별 GPA 환산은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로스쿨 입시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학점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학생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의 학사과 관계자는 "만약 GPA를 통합한다고 해도 각 대학의 성적 관련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통합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2차적으로 본교 학생들에게 유리한 기준을 반영하려는 대학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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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