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서비스 선택권 넓히는 개인예산제 도입
건강주치의 대상 중증→전체…'사회적 장애'로 개념 확대 추진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획일적으로 제공되던 지원 서비스를 장애인 스스로 필요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의사소통과 일상생활이 어려운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는 내년 6월부터 24시간 통합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정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년)과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범정부 계획이다.

이번 6차 계획은 '장애인의 사회적 배제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30대 중점과제, 74개 세부추진 과제를 담았다.

5년간 이번 종합계획에 따라 필요한 예산은 약 31조3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장애인이 복지서비스 직접 고른다…최중증 장애인은 24시간 돌봄(종합)
◇'정해진 예산 안에서 원하는 대로'…필요할 땐 1주일간 24시간 통합돌봄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장애인의 건강상태나 소득 등에 따라 정해진 서비스, 급여를 지원받는 방식 대신 주어진 액수 안에서 개인이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해 받도록 하는 것이다.

스웨덴,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정책으로, 이용자의 욕구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도입을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개인예산제 도입 추진단'을 꾸려 개인예산제를 모의 적용하기 위한 시범사업 기초모델을 연구해왔으며, 2가지 사업모델을 개발해 올해 4개 지자체 120명에게 모의 적용해보기로 했다.

이번에 적용되는 모델은 활동지원 급여의 10%를 각자의 필요에 맞는 공공·민간서비스 구매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급여유연화 모델'과 활동지원 급여의 20%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을 선택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모델'이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사업모델을 가다듬어 내년 지자체 시범사업을 한 뒤 2026년부터 본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인예산제 도입에 대해 "장애계의 오랜 요구를 반영하여 수요에 맞춰 서비스를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스웨덴처럼 이용자의 욕구를 바탕으로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당사자가 자유롭게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필요로 하는 제공인력을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현재 활동지원 급여의 10% 기준으로 연간 2천억원이 개인예산제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총량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얼마나 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높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이 복지서비스 직접 고른다…최중증 장애인은 24시간 돌봄(종합)
정부는 또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통합돌봄 서비스 지원체계를 내년 6월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장애 정도가 심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돌봄부담을 대부분 가족이 지고 있어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 등 비극이 잇따랐다.

정부는 현재 광주에서 시행 중인 최중증 발달장애인 대상 24시간 돌봄 시범사업을 토대로 통합돌봄 사업을 시행해 이같은 가족의 돌봄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광주 시범사업의 경우 낮에는 복지관에서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밤에는 선택에 따라 집으로 귀가하거나 지원주택으로 이동해 돌봄을 받는 형태다.

낮시간 활동서비스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차감하는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고령층이나 농어촌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모델 개발에도 나선다.

당장 다음 달부터는 발달장애인의 보호자가 입원, 경조사, 신체적·심리적 소진으로 돌봄이 어려우면 일주일 이내 단기간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긴급 돌봄 서비스'의 시범사업이 전국에서 시행된다.

전장연 등에서는 이번 계획에 유엔(UN)이 권고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이 제외됐다고 지적했으나 염민섭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시설 장애인 자립과 관련된 논의는 2020년 민관협의체가 구성돼 로드맵이 발표됐고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시범사업 성과 평가와 의견수렴을 통해 내년에 본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복지서비스 직접 고른다…최중증 장애인은 24시간 돌봄(종합)
◇ 발달장애 영유아 지원 확대…일자리·여가 지원책도 강화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서비스 이용 시간도 올해 960시간(월 80시간)에서 2027년까지 연 1천440시간(월 120시간)으로 확대하고, 현재 7만8천명 수준인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의 지원대상을 2027년까지 10만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장애 미등록 아동 지원연령을 만 6세에서 만 9세 미만으로 확대해 장애 판정 이전 단계에서의 지원도 강화한다.

발달장애 아동을 조기에 발견, 적정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영유아 발달 정밀검사 지원 대상을 전체로 확대한다.

장애아 전문·통합어린이집을 2027년까지 1천970곳으로 늘려 발달장애 영유아가 돌봄과 배움의 기회를 잃지 않고 사회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5개년 종합계획을 내년에 수립하고, 현재 시범사업 중인 장애인의 만성질환이나 장애 등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건강주치의'의 경우 시범사업 대상을 중증에서 장애인 전체로 확대하고 방문 재활서비스를 도입한다.

본 사업은 2025년 시작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일자리 지원 규모를 현재 3만명에서 2027년 4만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고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내 수행인력의 인건비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등 종사자 처우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중증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공공기관 우선구매 비율을 1%에서 2%로 상향하고,장애예술인 창작품에 대한 우선구매 제도도 도입한다.

정부는 앞서 올해 1월부터 노선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했다.

앞으로는 비도시지역에서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법정 운영대수를 상향하고, 이동지원센터 운영비를 국고로 지원하는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다.

장애인이 복지서비스 직접 고른다…최중증 장애인은 24시간 돌봄(종합)
장애인이 우선 이용할 수 있는 반다비 체육센터를 현재 91개소에서 2027년까지 150개소까지 늘리고, 휠체어 이동에 제한이 없는 '무장애' 열린 관광지 역시 132곳에서 252곳으로 확대하는 등 장애인의 여가생활을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는 나아가 장애인복지법상 의학적 장애로 규정된 '장애'의 개념을 사회적 장애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장애의 개념이 확대되면 은둔형 외톨이, 임산부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 참여가 어려운 사람도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