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전 간 300억 규모 구상권 소송 빠르면 상반기 결론
이재민, 한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다음 달 선고 앞둬
강원 고성산불 4년째 피해보상 '답보'…이재민 "빚에 허덕"
2019년 4월 축구장 면적(0.714㏊) 1천700배가 넘는 산림 1천260㏊(1천260만㎡)를 잿더미로 만든 강원 고성산불 사건과 관련한 피해보상 문제가 4년이 다 되도록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산불 피해 당시 정부가 이재민에게 지원한 재난지원금 등을 산불 원인자인 한국전력공사에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작된 송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로 인해 애초 한전이 이재민들에게 주기로 한 피해보상금의 지급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춘천지법 민사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8일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반대로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 변론기일을 열었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2021년 정부가 구상권(제3자가 채무를 대신 갚아준 뒤 원 채무자에게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청구방침을 밝히자 한전이 300억원 규모의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선제적으로 제기한 소송이다.

이에 정부 역시 방침대로 한전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반소(맞소송)를 제기하면서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 31일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해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는 한전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금액의 60%(임야·분묘 40%)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행안부가 관련법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전은 구상권 청구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지자 피해보상 문제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강원 고성산불 4년째 피해보상 '답보'…이재민 "빚에 허덕"
정부와 강원도 등은 또 한전을 상대로 산불에 따른 공공시설물 손해 약 600억원의 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두 개의 사건을 연이어 심리한 재판부는 우선 구상권과 관련해 양측 간 다툼이 발생한 채무액을 정확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해 서류 보완을 주문했다.

2년여간 재판이 진행되면서 양측의 입장이 대부분 정리됨에 따라 다음 기일인 4월 19일 변론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공시설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원고 측에서 손해 입증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기로 하고, 피고 측에서 원고의 주장 일부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한 이재민은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로 판결 선고가 늦어지다 보니 이재민들이 집을 짓고도 빚에 허덕이는 등 힘들어하고 있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낸 2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은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이 사건은 구상권 청구 소송보다 앞선 2020년 1월에 이재민들이 제기했으나 감정평가 절차 진행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재판부에서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으나 양측 모두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심리를 맡은 속초지원 민사부는 오는 4월 20일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강원 고성산불 4년째 피해보상 '답보'…이재민 "빚에 허덕"
2019년 4월 4∼6일 고성·속초(1천260㏊), 강릉·동해(1천260㏊), 인제(345㏊)에서 잇따른 산불로 축구장 4천 개가 넘는 2천865㏊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재산 피해액은 총 1천291억원에 달했고, 이재민 658가구 1천524명이 발생했다.

571억원에 달하는 국민 성금이 모금되는 등 국민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