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근 감독 "김다미·전소니, 자신들의 배역과 닮은 방식으로 연기"
'소울메이트' 감독 "영화보며 잊고 지낸 누군가 떠올릴 수 있길"
"제가 70∼80대 노인이 됐거나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누구에게나 그런 존재가 있잖아요.

"
7일 영화 '소울메이트' 팝업스토어가 마련된 성동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민용근 감독은 "그 한 사람을 떠올릴 때의 감정을 생각하며 영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소울메이트'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두 친구, 미소(김다미 분)와 하은(전소니)의 이야기를 그린다.

초등학생 때 처음 만나 바늘과 실처럼 늘 함께해 온 두 사람은 성격도, 자라온 환경도 다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부재, 잦은 전학 등을 겪어야 했던 미소는 자유분방함 그 자체다.

반면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제주 토박이 하은은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지녔다.

'소울메이트' 감독 "영화보며 잊고 지낸 누군가 떠올릴 수 있길"
민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두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이 각자의 캐릭터와 닮아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미 배우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연기했어요.

테이크마다 굉장히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줘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죠. 직관적으로 확 느끼는 부분을 빨리 잡아내 표현하는 본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은이는 뭔가를 눌러 담아 응축해뒀다가 한 번에 탁 터지는 캐릭터였는데, 전소니 배우도 하나의 지점을 향해 조금씩 쌓아나가는 방식으로 연기하더라고요.

"
처음에는 김다미에게 하은 역할을 제안했었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다미 배우가 미소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미소가 가진 자유로움과 결핍, 강해 보이지만 여린 측면을 표현하고 싶어한다는 게 너무나 느껴져서 지금의 역할을 맡기게 됐죠."
'소울메이트'는 홍콩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이 세 남녀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작품은 두 친구의 관계에 더 집중해 우정의 면면을 파고든다.

'소울메이트' 감독 "영화보며 잊고 지낸 누군가 떠올릴 수 있길"
"미소와 하은이 가진 감정이 굉장히 깊잖아요.

그 깊이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내 인생의 단 한 사람,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사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사람. 그런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요.

"
원작이 있는 작품을 처음 작업해봤다는 민 감독은 "원작을 접한 분들이 있다보니 어느 정도 허들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나만의 기준을 갖게 되면서 부담감을 많이 덜어냈다"고 했다.

남성 감독으로서 두 여성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내는 데 대한 부담도 컸다고 토로했다.

"주변 여성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학창 시절,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이게 여성 서사이긴 하지만 남성과 여성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후반부로 갈수록 남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하고요.

"
'소울메이트' 감독 "영화보며 잊고 지낸 누군가 떠올릴 수 있길"
민 감독은 "이 작품은 영화로만 느껴지지 않고 삶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와중에 아버님이 많이 아프기 시작하셨고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쯤 돌아가셨어요.

또 (작업을 하면서) 정말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지금 아내도 다시 만나게 됐고, 이 작품의 미술감독님도 다음 작품을 하시다가 돌아가시기도 했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그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자신의 삶을 차분하게 반추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