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부 장관 의중에 달려…다른 국책사업 영향도 살펴봐야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도민들 사이에 찬성-반대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반대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주민투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반대단체 요구 '주민투표' 가능할까
오영훈 제주지사가 '자기(도민) 결정권'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위해 도민 의견을 듣는 절차가 예정돼 주민투표 실시에 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7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지난 3일 오영훈 지사에게 '도민 결정권 실현을 위한 제2공항 주민투표 촉구 건의안'을 전달했다.

이에 오 지사는 주민투표 실시가 가능한지를 따져보기 위한 유권해석, 행정절차 등을 공식적으로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오 지사는 현재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등의 명확한 의견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주민투표법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에는 주요 시설을 설치하는 등 국가정책 수립에 관해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제2공항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만 제주지사에게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결국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오 지사가 아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의중에 달려있다.

제주도가 요청한다고 해도 원 장관이 들어주지 않는다면 주민투표 시행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원 장관은 제주지사 재임 시절부터 제2공항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주민투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원 장관은 제주지사 재임 시절인 2021년 7월 한국기자협회 주최 대선 예비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환경부가 당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것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다음 정부, 다음 대통령이 전혀 새로운 추진력과 조정 능력을 갖추고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새 정부 들어 국토부 장관이 된 뒤 지난 6일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를 받아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주민투표 여부는 다른 국책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묘한 사안이다.

그간 정부 국책사업에 대해 몇 차례 주민투표가 시행됐지만, 실제 사업 결과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2019년 영남권 통합신공항 이전 지역 결정을 위해 국방부는 주민투표 실시 방침을 정해 대구·경북에 주민투표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 21일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 뒤에도 경합하던 단독 후보지가 승복을 하지 않는 등 우여곡절 끝에 공동후보지가 최종 이전 지역으로 선정됐다.

2014년 10월에는 강원 대진원자력발전소(삼척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시행됐다.

그 결과 유치 반대가 85%로 나타났다.

정부는 삼척원전 예정구역 지정을 철회하지 않다가 주민투표가 실시된 지 5년 가까이 지난 2019년 5월에야 최종 철회했다.

제주에에서는 국방부가 추진한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이 논란이 된 2011년 8월 주민투표 실시 방안이 거론되다가 무산된 바 있다.

만약 제2공항과 관련해 원 장관이 주민투표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법적으로는 주민투표 결과를 참고만 하고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

제2공항 건설을 희망하는 단체들은 주민투표 실시 등의 논란을 속히 끝내고 정상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제주상공회의소는 6일 "정부는 현 제주공항 포화로 인한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 절차인 기본계획 수립을 조속히 추진해 나가 달라"며 "제주도는 중앙정부 절충을 통해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 사회 갈등과 혼란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