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통한 글로벌기업 도약' 차질 우려…'콘텐츠 기업' 체질개선 일환
플랫폼 경쟁자 네이버와 '콘텐츠 주도권 쟁탈전' 측면도
'장고끝 강수' 카카오, SM 최대주주 지위 확보 나선 까닭은
카카오가 7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 매수라는 초강수를 전격 꺼내 든 것은 하이브에 밀릴 경우 중·장기 성장 전략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글로벌 진출이 자칫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법원 결정으로 SM엔터 신주와 전환사채 인수가 무산된 뒤 여러 안을 두고 장고하던 카카오가 결국 값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면승부를 택한 이유다.

카카오는 지난해 초부터 성장 정체를 돌파하고 사업 확장에 나서는 비전으로 '비욘드 코리아'(한국을 넘어)를 내걸고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상·배우 매니지먼트사와 타파스를 비롯한 웹툰·웹소설 플랫폼 사업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주요 글로벌 콘텐츠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K팝 분야는 대형 기획사들보다 약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카카오에 SM은 '세계에서 먹히는' K팝 콘텐츠 지적재산(IP)을 대량 보유한 보물단지나 다름없다.

이번 지분 경쟁에서 카카오가 중도하차할 수 없는 배경이다.

카카오는 이날 SM 지분 공개 매수로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밝히면서 "SM의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음원, 아티스트 IP와 결합해 글로벌 음원 유통 협력과 글로벌 아티스트 공동 기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이브와 벌이는 맞대결은 정보기술(IT) 업계 '숙적'인 네이버와 플랫폼 시장에서 벌이는 주도권 싸움이기도 하다.

막대한 플랫폼 영향력을 가진 IT 기업들은 콘텐츠 경쟁력을 지닌 기획사들과 손을 잡고 신사업 영역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이브는 2021년 네이버의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인수하고, 지난해 7월 자사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인 '위버스 라이브'를 도입하며 협업을 이어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1위 플랫폼인 위버스의 유일한 대항마를 2위인 SM의 '버블'로 보고 있다.

카카오 입장에선 네이버의 연예 사업 확장세에 맞설 카드로 SM이 절실한 이유다.

SM 역시 한때 네이버와 협력을 모색하다가 어그러진 탓에 카카오와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SM 측은 지난달 22일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의 적법성을 두고 열린 가처분 심문 기일에서 네이버가 이미 다른 엔터사(하이브)와 협력 중인 점을 들며 "카카오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하이브는 네이버웹툰과 협업해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라는 웹툰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카카오가 SM과 손을 잡는다면 이에 맞설 새로운 대형 동맹을 결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의 정면 승부에는 결국 기존의 메신저나 검색 사업보다는 콘텐츠 사업이 답이라는 장기적 전략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인 셈이다.

카카오의 지난해 메신저·포털을 포함한 플랫폼 부문 매출은 약 3조7천7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 줄어든 데 반해 뮤직·스토리를 비롯한 콘텐츠 부문 매출은 약 3조3천300억 원으로 1년 사이 3% 늘었다.

여러 가지 배경이 겹친 상황에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 실패하면서 카카오가 자신 있게 전면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업계에서는 나온다.

다만 SM 주가가 카카오가 내건 공개 매수가인 15만 원보다 높아질 경우 카카오의 야심 찬 승부수 역시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또 하이브도 카카오 이상의 가격으로 또다시 공개매수를 단행해 지분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어 승자가 누구일지는 아직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