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전리·대곡리 암각화 발견한 문명대 교수, '울산 반구대 암각화' 펴내
바위에 남은 선사문화의 '정점'…반구대 암각화 50년을 돌아보다
"1970년 12월 24일은 내 인생에서 하나의 획을 그은 날이자 우리나라 선사 역사 연구에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그는 신라 승려인 원효(617∼686) 대사의 흔적을 찾아 울산 언양을 찾았고, '절벽에 이상한 그림이 보인다'는 말에 당시 연구팀을 이끌던 그의 눈은 번쩍 뜨였다.

신라 마애불일 수 있다는 마음에 서둘러 간 곳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암각화가 있었다.

그로부터 1년 뒤 12월 25일에는 인근 대곡리에서는 고래,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이 실감 나게 표현돼 있는 또 다른 암각화가 발견됐다.

바위에 남은 선사문화의 '정점'…반구대 암각화 50년을 돌아보다
흔히 '울산 반구대 암각화'라고 부르는 천전리와 대곡리의 두 암각화와 만난 첫 순간이다.

문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국보 중의 국보'라는 칭송을 받으며 우리나라 선사 문화의 정점"인 반구대 암각화 발견 50년을 돌아보는 책이다.

문 명예교수는 머리말에서 "(암각화) 발견 반세기는 발견자로서 감회가 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구서와 보고서도 겸하면서 많은 대중의 교양서로도 널리 읽힐 수 있는 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책은 암각화 발견 과정과 그간의 조사 내용, 특징 등을 두루 다룬다.

책은 바위 면에 채색 그림을 그리는 '암벽화'와 강가나 천변의 암벽에 인물이나 동물을 새기는 '암각'을 각각 설명한 뒤 '반구대 암각화'라는 이름이 어떻게 쓰이게 됐는지 짚는다.

책은 국보급 두 암각화가 발견될 당시의 과정을 상세히 전하며 흥미를 끈다.

바위에 남은 선사문화의 '정점'…반구대 암각화 50년을 돌아보다
발견 당시 '사슴, 붕어(?) 등 동물무늬', '성격 잘 이해 안 되나 신라 이전 바위 조각은 분명, 매우 중요'라고 적어뒀다는 일지 내용을 비롯해 당시 현장을 찍은 다양한 사진을 볼 수 있다.

문 명예교수는 천전리와 대곡리 암각화 발견은 말 그대로 '역사적 사건'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먼저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와 관련해 "바위 조각, 암각, 암각화라는 선사 예술의 분야를 우리에게 제공한 것"이라며 "새로운 학문 세계를 활짝 열어준 보석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대곡이 암각화와 관련해선 "200여 점 이상의 동물이 파노라마식으로 펼쳐져 있는 암각화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선사 미술의 보고"라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발견자로서 문 명예교수는 반구대 암각화를 둘러싼 '보존'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인근 사연댐의 영향으로 큰비가 올 때마다 대곡리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수위 조절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은 누구나 절감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식산업사. 480쪽.
바위에 남은 선사문화의 '정점'…반구대 암각화 50년을 돌아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