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론스타 사태로 불리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핵심 인물인 스티븐 리 전 론스타 한국본부장(54)이 17년 만에 미국에서 체포됐다.

법무부는 지난 2일 미국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미국 뉴저지주에서 스티븐 리를 체포했다고 5일 밝혔다.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지 17년 만이다. 스티븐 리는 범죄인 인도 재판을 거쳐 신속하게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다.

스티븐 리는 1998년 론스타가 한국에 지사를 개설할 당시부터 한국본부장을 맡아 2003년 외환은행을 싸게 사들여 되파는 과정을 주도했다. 그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매각할 때 한국 정부 및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며 매매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헐값 매각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2006년 수사에 돌입했지만 스티븐 리는 이미 그 전인 2005년 9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스티븐 리는 앞서 2017년 이탈리아 법률에 따라 인터폴 적색수배로 체포됐다. 당시 법무부는 이탈리아 당국이 제시한 기한 내에 정식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지만 이탈리아법상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현지에서 석방됐다. 그 후 한동안 스티븐 리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법무부 간부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시 체포 움직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특히 이노공 차관이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아·태 형사사법포럼’에서 미국 법무부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스티븐 리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면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체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