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률의 90% 이상을 좌우하는 자산배분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는 비전문가들이 자산배분을 최종 결정할 뿐 아니라 아무도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구조여서다.
'수익률 좌우' 자산배분, 아무도 책임 안진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의 자산배분은 보건복지부가 기금운용본부와 국민연금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초안을 만들고 투자정책전문위원회를 거쳐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하는 방식이다. 기금위는 정부와 사용자단체, 노동계, 지역가입자단체 등 비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지 않아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배분은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인 역할로 전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역들도 프런트에서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역할을 선호한다. 개인이 누리는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기금위는 기준 포트폴리오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중장기 자산배분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운용 조직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 위원들도 대부분 동의하는 내용이다. 기금운용발전전문위 한 위원은 “자산배분의 전문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프런트에서 투자팀이 아무리 애를 써도 수익률을 높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지배구조를 대폭 손봐야 한다. 이상적인 방안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처럼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거나 스웨덴처럼 기금을 분할하는 것이다. 캐나다연금은 위험 한도를 감안해 ‘글로벌 주식 85%, 캐나다 국채 15%’의 기준 포트폴리오를 마련해놓고 운용조직인 CPPIB가 그에 맞춰 다변화한 자산배분 전략을 짠다. 기금을 분할할 경우 각 기금의 운용조직이 기준 포트폴리오를 반영한 나름의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경쟁하는 구조를 갖출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기금운용본부를 전북 전주에서 이전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역 정치인들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지역 주민 표를 얻기 위해 전체 국민의 노후자금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