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던 김 모(83)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 / 사진=마포소방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 모(83)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 / 사진=마포소방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독거노인이 2일 결국 숨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그의 처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복지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어 입원 치료 중이던 김 모(83) 씨가 2일 사망했다.

김 씨는 약 15년간 함께 지낸 동거인이 지난해 4월 사망한 뒤 주거 불안 등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거주하던 오피스텔도 먼저 숨진 동거인의 가족 소유였다. 김 씨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오피스텔 관리비도 내지 못했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주택 관리비 체납, 단전·단수 등 39종의 위기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김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망'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은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에 포함되지 않아 관리비 체납 사실이 관련 기관에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특히 김 씨가 지난해 9월 관할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고 기초생활수급 신청 안내를 받는 등 생존을 위한 시도를 한 흔적이 남아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어르신께서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에서 내려보내는 사각지대 취약계층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아 주민센터에서도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이 함께 참여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험정보는 공공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한 것으로 그 정보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더 많은 위험신호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집하는 개인정보를 무한정 늘릴 수 없고 공무원 인력 확충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명예 사회복지사' 제도 등을 활용해 민간도 취약계층을 발굴할 수 있는 민관 협력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