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동결(연 3.5%)한 뒤 일각에선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장기화하고 금리도 더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그 여파로 국내 채권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뛰고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게 아니다”며 ‘매파(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은 만큼 ‘한은 실책론’은 무리라는 시각도 많다. 관련 논란을 짚어봤다.

(1) 기준금리 멈췄는데 채권금리 급등 왜?

금리 동결은 오판?…국채·환율 요동에 "한은 실책" vs "美 영향"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3일 0.087%포인트 내린 연 3.791%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연 3.9%대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으론 한은 금리 동결 후 0.192%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은 멈췄는데 시장금리는 상승한 것이다. 일각에서 “통화정책이 안 먹혔다” “금리 동결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리 동결 직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중 5명이 최종금리(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를 연 3.75%까지 열어놨다”며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통화정책이 안 먹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시장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는 최근 연 4%를 돌파했다. 1월 세수가 전년 동월 대비 6조8000억원 덜 걷히면서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이 국채 금리를 밀어올렸다는 시각도 있다.

(2) 한 달 새 100원 뛴 환율, 동결 영향?

환율 급등도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동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원·달러 환율은 한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퍼진 뒤 지난달 저점(1220원대) 대비 100원가량 뛰며 132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은이 금리 동결 신호를 준 1월 13일 금통위 이후로 따지면 이날까지 4.9% 올랐다.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유로화(2%), 위안화(2.9%)와 비교할 때 상승세가 가파르다. 실제 이 총재도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은 Fed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킹달러(달러 강세)’가 부활한 영향이 크다. 다만 위안화 등 다른 통화의 움직임도 변수다. 예컨대 중국 경기 회복 기대 등이 작용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3일 1301원60전까지 낮아졌다. 이틀 새 21원 빠진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긴축 여건에 의한 부담과 중국 리오프닝 등 대외 요인이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3) 증시서 자금 빠져 vs 채권시장선 매수

일각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금통위 결정 다음날인 지난달 24~28일까지 3거래일 연속 주식시장에서 9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게 금리 동결 여파라고 지적했다. 금리 동결로 환율 상승이 예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하지만 외국인은 지난 2일(3618억원어치)에는 주식을 순매수하기도 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선 오히려 외국인 매수세가 붙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가 열린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233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시장 예상대로라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현재 1.25%포인트보다 더 벌어질 수 있는데도 투자세가 유입된 것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미 금리 차가 절대적인 변수는 아니다”며 “기준금리를 과하게 올려 기업실적에 타격을 준다면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려 외국인 투자가 더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내부 블로그에서 “내외금리 차가 외국인 투자 행태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4) “고물가 지속” vs “둔화될 것”

이번 한은 금리 동결의 최대 명분은 ‘물가 경로 점검’이다. 한은은 1월 5%대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엔 4%대로 둔화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3%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물가 불안은 여전하다. 당장 3월 물가가 한은 전망만큼 내려가지 않으면 한은의 동결 결정에 대한 비판은 커질 수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리 결정의 영향은 단기가 아니라 긴 시계에서 살펴봐야 한다”며 “시장 불안정을 우려하는 건 이해되지만 대응할 정책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