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이 1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입국 규제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객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년 전과 비교하면 40%가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한국에서 쓴 카드 금액은 약 7조원으로 집계됐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거주자의 카드(신용+체크+직불) 해외 사용액은 145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22억3000만달러)보다 18.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1291원90전)로 계산하면 약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거주자의 해외 카드 사용액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입국 규제가 강화된 2020년 103억1000만달러까지 줄었다. 2021년에는 온라인 직구가 늘어나면서 122억3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 카드 사용액은 내국인 출국자 수가 전년(122만명) 대비 5.3배 폭증한 655만명을 기록하면서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 2021년 해외 카드 사용액 증가 요인이던 온라인 해외직구 규모는 7.4% 감소한 41억4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온라인쇼핑 해외 직접구매가 감소했지만,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 조치 완화, 일본 무비자 입국 재개 등에 따른 내국인 출국자 수가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지난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수는 5128만8000장으로, 1년 전보다 10.4% 늘었다. 장당 사용 금액도 전년 263달러에서 지난해 283달러로 증가했다.

카드 종류별로 보면, 신용카드가 109억4800만달러로 사용액이 가장 많았다. 1년 전보다 32.6% 늘어난 규모다. 체크카드는 8.6% 줄어든 35억3100만달러, 직불카드는 45.5% 감소한 5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카드로 쓴 금액은 58억6200만달러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61.9% 급증했지만, 한국인의 해외 카드 사용액의 5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 원화로 계산하면 7조7000억원 규모다.

카드 수는 1377만1000장에서 2501만장으로 81.6% 증가했지만, 장당 사용 금액은 263달러에서 234달러로 소폭 줄었다. 이는 개인당 지출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인의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관광객 1인당 지출 규모는 평균 1689달러로, 미국(1106달러), 일본(675달러) 등 주요국 관광객의 지출을 웃돈다. 앞서 한은은 중국 관광객 100만명이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08%포인트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적자 심화도 우려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여행수지 적자는 11억3730만달러(약 1조4700억원)로, 1년 전(7억4100만달러)보다 53.5% 증가했다. 월별 기준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1월(13억9690만달러)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적자 폭이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