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투자 여력 약화·차익거래 유인 축소 등 영향"
한은 "최근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 내외금리차 때문 아냐"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지난 1월 역대 최대 규모 순유출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 역전이 채권자금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손승화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3일 한은 블로그에 게시한 '최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출 배경과 평가'라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 채권자금은 지난 2020∼2021년 중 대규모 유입된 이후 지난해에도 연중 대체로 순유입됐으나, 12월부터 해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큰 폭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채권자금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27억3천만달러에 이어, 지난 1월에는 52억9천만달러까지 확대됐다.

한은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9년 4월 이후 역대 최대 규모 순유출이다.

손 과장은 "일부에서 금리 역전이 채권자금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지 궁금해하고 있다"며 "한미 간 금리 역전은 이미 작년 7월부터 발생했고, 그 격차가 최대 1.0∼1.25%포인트(p)에서 변화해왔다"고 밝혔다.

손 과장에 따르면 이 기간에 채권자금이 일시 순유출되기도 했으나 민간자금을 중심으로 대체로 순유입됐고 12월 들어서야 유출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최근 채권자금 유출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공공부문인데, 이들은 대체로 중장기 투자자로서 단기간의 금리차에 덜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과장은 외국인이 현물 채권시장에서 상당 규모 순매도했으나, 국채 선물시장에서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순매수했다는 점도 짚었다.

손 과장은 "국채선물 거래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주로 헤지펀드 등 단기투자자로서 채권금리 하락이나 상승 전망을 바탕으로 순매수 또는 순매도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 외에도 일부 외국 공공기관의 경우 국채선물을 순매수하여 투자 비중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외국인은 1월 중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완화 기대 등으로 국내 채권금리 하락 기대가 형성되며 국채선물 순매수를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선물투자자의 행태는 단기적으로 내외금리차보다는 향후 금리의 향방이 채권투자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한은 "최근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 내외금리차 때문 아냐"
손 과장에 따르면 외국인 채권자금이 유출된 것은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우리나라 채권투자자금 일부를 회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연준의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으로 주요국 외환보유액이 상당 규모 감소했고, 일부 국부펀드가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또한 일부 공공기관은 연초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중국의 리오프닝 등을 반영해 국가별 투자 비중 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차익거래유인이 많이 축소돼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기대 수익이 줄었고, 지난해 12월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도가 늘어난 것도 채권자금 유출 요인으로 작용했다.

손 과장은 "최근 해외 공공기관 채권자금 순유출은 한미 간 금리 역전 외에 공공기관 투자 여력 약화, 신흥국 포트폴리오 조정, 차익거래 유인 축소, 원화강세·채권금리 하락에 따른 단기차익 실현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출입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국제금융시장 여건, 국내 금융·경제 상황, 투자자의 투자전략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글로벌 자금 흐름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 유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