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틀 앞두고 연합뉴스 등과 인터뷰…"못 이뤄도 그만이었던 꿈. 상상못해"
"공연 포스터 걸린 것 보고 눈물 펑펑…성악 컬러 빼면서 대담한 도전"
3월 중순에는 메트오페라 '팔스타프' 출연…"한국인 성악가 진출 더 많아져야"
[인터뷰] 카네기홀 데뷔 꿈이룬 박혜상 "안예쁘게 부를거에요"
한국의 차세대 디바로 국제 오페라 무대를 누비는 소프라노 박혜상(34)에게도 뉴욕 카네기홀 잰켈홀 단독 공연은 "못 이뤄도 그만인 그런 꿈"이었다고 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무대에 6시즌째 오르는 데다 지난해 봄 '마술피리'로 주역 데뷔에 성공한 그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셈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한국문화원과 한국음악재단 공동 주최로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갖는 박혜상은 공연 하루 전인 2일 연합뉴스 등 뉴욕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카네기홀에서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콘서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진짜 어려운 기회"라며 "그 기회가 온 것이 너무나도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박혜상은 "카네기홀은 제가 음악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극장"이라면서 "꿈이라는 게 여러가지 정의가 있는데 그냥 여기서 노래하면 좋겠다는 정도였지, 진짜 하게 될 줄은 몰랐고 상상도 못했다"며 거듭 감격해했다.

단지 겸손이 아닐까 싶었지만, 메트 오페라의 유명 솔로이스트들 중에서도 카네기홀에서 독창 무대를 갖는 성악가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인터뷰] 카네기홀 데뷔 꿈이룬 박혜상 "안예쁘게 부를거에요"
자신의 공연 포스터가 걸린 카네기홀 사진이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것을 보고 정말로 걸어가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진심이 느껴졌다.

"그걸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지는 거에요.

너무 감격스러워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는데 그동안 뉴욕에서 업앤다운을 겪으면서 힘들었던 일이나 좋았던 일이 쭉 떠오르더라고요.

"
줄리어드 음악원부터 뉴욕에서 주로 지낸 지 7년이 넘었다는 박혜상은 "뉴욕은 제2의 고향이다.

여기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오페라 가수로서의 데뷔도 메트에서 했다"라며 "여기서 잘 키워줘서 다른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한 번씩 돌아올 때마다 '잘 크고 있나요?', '제가 잘하고 있나요?'라고 부모님께 인정받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여성 역사의 달'을 맞아 다양한 근·현대 여성 작곡가들의 작품을 부르는 박혜상에게 이번 리사이틀은 성악가로서 "대담한 도전"이기도 하다.

한국 국립합창단 전임작곡가를 지낸 우효원 작곡가의 '가시리'와 '아리랑' 등 기존의 성악 발성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곡들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직접 우 작곡가에게 연락해 작곡을 요청했다는 박혜상은 "한국적인 색깔이 많아 성악으로 표현하려면 테크닉적으로 한계가 많다.

한이 섞인, 애원하고 부르짖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 성악적인 컬러를 과감히 뺐다"라며 "안 예쁘게 부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깜짝 놀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터뷰] 카네기홀 데뷔 꿈이룬 박혜상 "안예쁘게 부를거에요"
함께 인터뷰에 응한 우 작곡가도 "소리꾼이 한을 담아서 내는 소리를 소프라노가 표현하기 위해 자기 소리를 버린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도전은 3월 중순 메트 오페라에서 막을 올리는 '팔스타프' 출연을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부담됐을 법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박혜상은 "성악적으로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So What?'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시리'와 '아리랑'을 부르지 말아야 할 정도로 성악이 대단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누구를 위해서 나를 증명하기보다는 그냥 스스로가 행복한 것에 집중하는 게 남들에게도 그 행복을 전해주는 방법"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제는 메트 오페라가 "집 같은 공간"이라면서 뉴욕의 음악계에 더 많은 한국인이 진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미 메트 오페라에 한국인 성악가가 자주 보인다는 지적에도 "더 많아져야 한다.

너무 잘하고 대단한 한국인들이 많다"라면서 "지금 흑인과 라틴아메리카계 캐스팅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우리도 정정당당하게 서야 할 곳에 잘 설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유로운 영혼'을 자처하는 박혜상은 지난 여름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클래식뿐 아니라 멕시코 음악과 블루스, 재즈도 즐겨 듣는다고 전했다.

앞으로 판소리를 소프라노 곡으로 바꾸는 등 우 작곡가와 앨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박혜상의 희망에 우 작곡가도 "이번에 작업하면서 새로운 소프라노 솔로의 장르를 개척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화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