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군축회의서 공방…"자위권 행사" vs "만장일치 안보리 결의 위반"
北 "한미 위협 속 핵포기 없다"…南 "도발 후 남탓하기 무책임"(종합)
군축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회의장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문제를 두고 남북 대표가 공방을 벌였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한·미 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고, 우리 정부는 불법적 군사 도발을 남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주용철 주 제네바 북한 대표부 참사관은 2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 E빌딩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 4일째 회의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결코 핵 억제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주 참사관은 "비핵화를 먼저 하라는 식의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국방력 강화 조치는 국제 법규와 유엔 헌장을 철저히 지키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주 참사관은 "미국과 남한은 온갖 종류의 군사훈련을 매년 실시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서방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뜻이 있다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미 양국을 규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박용민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군축회의장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올바른 길을 선택하라는 말은 바로 우리가 남한에 요구하는 바"라고 맞받았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인정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결의안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참사관의 이날 발언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긴 부당한 군사 도발을 중단하라는 군축회의 회원국들의 요구에 반론권을 행사하겠다며 내놓은 입장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다시 반론권을 얻어 북측 주장을 반박했다.

김일훈 주 제네바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유엔 안보리 결의가 만장일치 합의라는 사실과 회원국들이 유엔에 가입할 때 헌장에 따라 안보리 결정에 구속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북한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상기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참사관은 북한 측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 주장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자체 계획에 따라 수십년간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며 "불법적 군사 활동과 도발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방위는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응한 것으로 이런 방어 조치는 책임 있는 정부의 책무"라며 "북한은 심각한 인권 문제와 만성적 식량난을 외면한 채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집착하는 태도를 철회하고 끝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참사관은 "북한은 불법적 도발로부터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은 북한이 비확산 체제를 더는 훼손하지 않고 대화에 복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