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림박물관, 7월까지 특별전…국보 2점 포함 총 152점 선보여 전광영·박서보·이응노 등 현대 작가 작품과도 조화 눈길
얇으면서도 가벼운 종이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책을 볼 때, 무언가를 쓰거나 그릴 때 항상 종이가 있다.
때로는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할 정도로 우리 삶은 수많은 종이와 함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종이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은 일상에 꼭 필요한 물건인 종이의 존재와 가치를 짚은 특별전 '여지동락(與紙同樂) - 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2일 공개했다.
국보 2점, 보물 6점을 비롯한 유물부터 현대 공예품까지 총 152점을 아우른 전시는 인류의 문화를 전승하는 주된 수단이었던 종이와 기록의 역사를 조명하며 시작된다.
화엄경과 함께 우리나라 불교사상의 확립에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하얀 닥종이에 쓴 국보 '백지 묵서 묘법연화경'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정성을 들여 베껴 쓴 옛 문헌, 목판으로 찍어낸 각종 경전은 한지의 우수함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전시 구성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지 작가 전광영은 여러 고서를 활용한 작품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전한다.
전시는 금속활자와 문인이 사용했던 종이 공예품을 선보이는 '종이, 정신을 밝히다'로 이어진다.
유교 정신을 퍼뜨리는 데 큰 도움을 준 금속활자 인쇄본, 양반 문인이 사용했던 문방구, 검소한 매력을 뽐내면서도 실용적인 종이 공예품 등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1960∼1980년대 한국 현대 실험 미술을 이끈 작가 최병소의 '신문지' 작품,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작품 등은 올곧은 정신 또는 선비 정신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박물관은 "신문지 작품은 억압된 사회에서 제 역할을 잃은 신문의 폐단을 드러내며 올곧은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며 "박서보는 전통 재료인 한지를 사용해 수신(修身·악을 물리치고 선을 북돋아서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양한다는 뜻)의 깊이를 작품에 쌓아간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종이 공예품에도 주목한다.
화폭 위에 여러 종류의 종이를 붙이고 쌓아 올린 이응노(1904∼1989), 한지를 찢고 뚫고 겹겹이 붙인 권영우(1926∼2013), 부드럽게 만든 닥종이 반죽을 캔버스 위에 펼쳐 서서히 응고시킨 정창섭(1917∼2011)의 작품을 함께 비교·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종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던 기록부터 선비들의 정신을 담은 문방구, 생활 공예품 등 다양한 유물을 통해 종이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