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높이 그물망 남녀 경찰관 힘 모아 '척척'
내부서도 임무수행 긍정 평가…화장실 미비 등은 애로
'남녀 구분없는' 남녀 혼성기동대…훈련 현장 가보니
"여자들로만 구성된 팀이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서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만난 서울경찰청 11기동대 3제대 3팀장 임혜진 경위는 겨울 날씨에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였다.

그는 대원 6명이 모두 여성인 팀을 이끌고 이날 야외기동 훈련에 참여했다.

4개팀 80명으로 구성된 11기동대에서 3팀은 유일한 '여경 팀'이다.

지난달 16일 혼성기동대 편성 이후 새롭게 이곳으로 발령받은 팀원들은 남자 경찰과 뒤섞여 한 기동대에서 함께 근무한다.

경찰청은 경남경찰청에서 시범 운영한 혼성기동대를 확대 편성해 최근 7개 시·도경찰청에 추가 설치했다.

집회 참가자의 성별에 따라 즉각 대응할 수 있고 임무 수행 범위도 확대되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서울경찰청에선 11기동대 등 8개 기동대가 처음 혼성으로 편성됐다.

"중심 잡기가 쉽지 않네. 키 큰 사람이 봉을 잡아야겠다.

", "둘이 저쪽으로 가.

무거우니 발로 지탱해야 해."
훈련은 건물 3층 높이의 그물망 설치부터 시작했다.

그물망은 시위자가 던지는 물건을 막는 기동대 장비다.

대형인데다 인파가 몰려들어도 버티도록 무게도 상당해 설치할 때 남성 대원도 힘들어한다.

기다란 봉 형태의 양쪽 지지대에 3명씩 붙어 다 함께 당기자 꿈쩍 않을 것 같던 그물망이 서서히 올라왔다.

여성 대원들은 이를 해체하는 작업까지 일사불란하게 해냈다.

11기동대원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13시간 동안 이어진 강도 높은 훈련과 근무를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수행했다.

임 경위는 "혼성기동대 도입 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열심히 하는 만큼 내년부턴 분위기가 바뀌길 기대한다"며 "팀원들 모두 자긍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 구분없는' 남녀 혼성기동대…훈련 현장 가보니
방패로 시위자들의 진입을 막는 훈련까지 마친 대원들은 이날 오후 곧장 실전에도 투입됐다.

근처에서 집회를 연 보건복지의료연대가 행진할 때를 대비하라는 지시를 받은 11기동대는 차단 대열 바로 뒤에서 상황에 대비했다.

오후 4시30분께 집회 참가자 중 50명가량이 당사 앞으로 다가왔다.

대원들의 바로 앞에서 피켓을 던지고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에 맞서 훈련받은 대로 대열을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당사 진입을 막았다.

다행히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 중 여성이 당사 진입 등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땐 여성 대원들의 몫이 된다.

기동대 내부에서도 여성 대원의 활약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11기동대에서 1년째 근무하는 이준민 순경은 "이전에는 여성 집회 참가자를 제압할 때 여성기동대 출동을 따로 요청해야 했다"며 "혼성기동대로 일하는 지금은 그런 상황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현호 경위는 "혼성기동대는 경찰 채용에서 남녀에게 똑같은 체력 기준을 적용하는 취지에도 잘 맞는다"며 "여성 대원은 여성 시위자를 체포하거나, 꼼꼼함이 필요한 채증에서 특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의 첫 혼성기동대인 만큼 애로사항도 있다.

화장실과 옷을 갈아입을 공간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기동대가 투입되는 집회·시위 현장 인근에는 남성용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지만, 여성용 화장실은 아직 없다.

여성 대원은 일단 급한 대로 상가 화장실을 사용한다.

임 경위는 "혼성기동대이긴 하지만 여경 수 자체가 아직은 많이 적다"며 "앞으로 혼성기동대가 확대되면 여성용 화장실도 생기는 등 편의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녀 구분없는' 남녀 혼성기동대…훈련 현장 가보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