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운동선수 학폭 미투 이후 2025학년도 대입에 학폭 반영키로
이르면 2026학년도 대학별 반영 가능성도…대입개편안 주목
체육특기자처럼 정시에 학폭 반영될까…교육부 "여러 의견 검토"(종합)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학폭)을 계기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를 주로 평가하는 정시 전형에 학교폭력 이력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정부가 과거 운동선수 '학폭 미투'가 불거지자 체육 특기자 전형에 학폭을 반영하도록 한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다음 달 중으로 학폭 근절 대책, 상반기 안에 2028 대입개편안 시안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여기에 정시 학폭 반영 조치가 담길지 주목된다.

◇ 대부분 서울 주요 대학 정시서 수능만 반영
체육특기자처럼 정시에 학폭 반영될까…교육부 "여러 의견 검토"(종합)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발표하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에 대입 정시 모집에도 학폭 이력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에도 학폭 이력을 반영하라는) 부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여러 가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 역시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학폭 조치사항을) 정시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려해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시에 학폭 이력 반영 필요성이 대두한 것은 정 변호사 아들 파장 때문이다.

2017년 유명 자율형사립고에 다니던 정 변호사 아들은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학폭위 조치 8호인 전학 처분을 받았다.

1∼9호까지 나뉜 학폭위 조치사항 중 중대한 학폭에 해당하는 8호 조치를 받은 데다 반성의 기미 없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최종 패소한 정 변호사의 아들이 2020년 서울대에 정시로 진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정 변호사 아들이 입학한 2020학년도에 서울대는 정시 전형에 수능 성적 100%를 반영했다.

감점 요소가 있는 경우 별도 위원회에서 감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데, 실제로 정 변호사 아들이 어느 정도나 감점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서울대 외에도 2023학년도 기준으로 고려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대부분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은 정시에서 수능 성적만 100% 반영한다.

12월 중순 수능 성적 배부 이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전형 기간을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전형 요소를 반영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 대학들의 설명이다.

2023학년도에 서울대는 1단계에서 수능 100%,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 80%와 교과 평가 20%를 반영했다.

아울러 '학내·외 징계 여부와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원칙적으로는 학폭 이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 대학들 "학폭 기록만 제출받으면 가능"…입학 취소 가능성은 적을 듯
체육특기자처럼 정시에 학폭 반영될까…교육부 "여러 의견 검토"(종합)
정부가 학폭 이력을 대입에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것은 비슷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선수들의 학폭 미투가 불거지던 2021년 2월 정부는 '학교 운동부 폭력근절 및 스포츠 인권 보호 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대입에서 체육 특기자 전형 때 고등학생 선수의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포함된 학생부 반영을 의무화하고 특기자 선발에 참고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정부가 대입 전형계획을 변경할 경우 4년 전에 공표하게 돼 있기 때문에 해당 제도는 2025학년도부터 모든 대학에 권고된다.

정부가 현재 마련 중인 2028학년도 대입개편 시안에도 이전과 비슷하게 학폭 대책을 반영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통상 정시 전형은 수능을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로 보기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대학이 정하기 나름"이라며 "3월 말 학교폭력 대책을 만든다고 하니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반영 여부 등)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대학들과도 만나 얘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전이더라도 개별 대학들이 입학 연도 1년 10개월 전에 공표해야 하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정시에 학폭 이력을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올해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확인해 학폭 조치 사항을 선발에 반영한 대학도 나왔다.

2023학년도 대입 정시 체육 계열 학과에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한 서울 시내 A 대학 입학처장은 "전학, 퇴학 조치 등 굉장히 중대한 학폭 사안은 합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학폭 이력 정시 반영과 관련해서는 "빨라야 2026학년도부터 가능할 것"이라며 "학교생활기록부 모두를 정시에 반영할 시간적 여유는 없으니 학폭 기록만 따로 대학에 제출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B 대학 입학처장은 "서울대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학폭 이력이 졸업 후 2년이면 삭제되기 때문에) n수생들이나 외국학교에 다닌 학생들과의 형평성 논란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입학생의 학폭 이력이 확인될 경우 개별 대학이 나서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대학들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현재 고등교육법에는 입학전형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다른 사람을 대리 응시하게 한 경우 등에만 입학허가를 취소하게 돼 있다.

A 대학 입학처장은 "근본적으로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데 이것을 과연 침해해도 되겠느냐는 교육적인 입장도 있다"며 "학폭위에서 한번 징계를 받았는데, 또 징계를 내리게 되면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반한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