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이던 한국 감독 몫으로 대신 투표
"벨링엄, 세계 최고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FIFA 어워드서 벨링엄 뽑은 뮐러 "메시는 많이 받았으니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파리 생제르맹)는 이미 상을 많이 받았잖아요.

하하"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새 한국 남자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과정과 이유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 중 명망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그러나 지도자로서 전술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2016년 미국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6년 동안 사실상 '백수 생활'을 해오기도 했다.

그래서 축구협회가 '이름값'에 혹해 엉뚱한 선택을 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던 터였다.

클린스만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이 많이 나왔다.

뮐러 위원장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위원들과 소통에 전혀 힘쓰지 않았다는 비판 섞인 질문도 여럿이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의 막판에 모두를 웃게 만든 질문이 하나 나왔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진행된 '2022 더 베스트 국제축구연맹(FIFA) 풋볼 어워즈' 투표와 관련한 질문이었다.

FIFA 어워드서 벨링엄 뽑은 뮐러 "메시는 많이 받았으니까"
가장 많은 이목이 쏠리는 올해의 남자 선수상은 각 나라 대표팀 주장과 감독, 미디어, 팬 투표 결과를 합산해 수상자를 가린다.

투표 당시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가 공석이어서, 뮐러 위원장이 대신 투표자로 나섰다.

그런데 그는 1순위로 주드 벨링엄(잉글랜드·도르트문트)을 뽑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벨링엄은 지난 시즌 소속팀 도르트문트에서 공식전 6골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공식전 10골을 기록 중이지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로 꼽기에는 크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뮐러 위원장은 2, 3순위로는 각각 엘링 홀란(노르웨이·맨체스터 시티), 아슈라프 하키미(모로코·파리 생제르맹)를 뽑았다.

수상자가 된 메시, 총점에서 2위를 한 킬리안 음바페(프랑스·파리 생제르맹), 3위 카림 벤제마(프랑스·레알 마드리드) 중 누구도 뮐러 위원장은 선택하지 않았다.

FIFA 어워드서 벨링엄 뽑은 뮐러 "메시는 많이 받았으니까"
질문을 한 기자는 뮐러 위원장에게 정말 벨링엄을 선택한 게 맞는지, 혹여 실수로 투표지에 밀려 체크한 것은 아닌지를 물었다.

지난해 벨링엄이 정말 메시보다 나은 활약을 펼쳤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뮐러 위원장은 "실수가 아니다.

내 의지로 메시가 아닌 벨링엄을 선택했다.

메시는 그동안 수많은 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웃었다.

함께 웃던 기자들과 즐겁게 눈빛을 교환하던 뮐러 위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가 '진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벨링엄은 나이는 어리지만, 현대 축구에서 요구되는 덕목을 다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다 보여준다"면서 "벨링엄은 세계 최고의 박스 투 박스(공격과 수비 모든 상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미드필더다.

득점을 많이 하고, 공수 전환 상황에서도 많은 기여를 한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