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IC, 말레이에 2조원대 지급키로…2017년 합의 뒤집혀
'1MDB 스캔들' 말레이·중동국부펀드 분쟁 전세 역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수조 원대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된 소송에서 말레이시아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부펀드 국제석유투자(IPIC)에 수조 원을 지급하기로 했던 기존 합의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기존 합의는 말레이시아가 IPIC에 7조원 규모를 상환하는 것이었으나, 반대로 IPIC으로부터 2조 원대 금액을 받게 됐다.

28일 현지 매체 더스타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IPIC는 말레이시아 정부 측에 18억 달러(약 2조3천700억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레이시아 재무부가 전날 밝혔다.

런던 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 IPIC와 1MDB, 재무부가 합의에 도달했다고 재무부는 전했다.

나집 전 총리는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국영투자기업 1MDB를 설립했다.

나집과 측근들은 1MDB를 통해 45억 달러 상당의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초대형 부패 스캔들에 나집 전 총리가 이끌던 국민전선(BN)은 2018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나집 전 총리는 배임과 반부패법 위반, 자금세탁 등 수십 건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징역 12년과 벌금 2억1천만 링깃(약 62억 원)을 선고받았다.

1MDB는 나집 전 총리가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창구로 사용되면서 빚더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1MDB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던 IPIC는 2016년 수조 원대의 손실을 떠안았다고 주장하며 런던 법원에 1MDB를 제소했다.

1MDB는 나집 총리 재임 시기인 2017년 IPIC에 57억8천만달러(약 7조6천억 원)를 상환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듬해 말레이시아 새 정부가 당시 합의에 이의를 제기해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궁지에 몰린 나집 전 총리가 국제법정에서 1MDB 스캔들이 다뤄지는 것을 피하려고 불리한 조건에 서둘러 합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말레이시아 법무부는 합의를 문제 삼으면서 재무장관을 겸임했던 나집 전 총리가 당시 1MDB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고 IPIC도 이를 모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합의 금액이 사기나 공공정책에 반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며 이미 지급한 14억6천만 달러도 돌려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