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방송 지미 키멜 라이브 "핵탄두 가진 두 미치광이…"에 방송국 압력 행사
"트럼프, 취임 초 '김정은과 핵단추 경쟁' 풍자 TV쇼에 격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 자신을 풍자한 유명 TV 토크쇼에 격노해 외압을 행사하려 했다고 26일(현지시간) 미국 유명 음악잡지 롤링스톤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익명의 전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초 ABC 방송의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에서 진행자가 자신을 겨냥한 것에 분노해 방송국 측에 불만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들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ABC방송의 모기업인 디즈니의 경영진들에게 최소 두 차례 전화를 대통령을 소재로 한 농담의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백악관 관계자는 롤링스톤에 "아무도 (전화를 한다고) 뭔가를 바꾸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문제에 집중하는 바람에 무엇이든 해야 했다.

그저 뭔가를 '했어요'라고 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토크쇼 진행자인 지미 키멜은 당시 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면서 "핵탄두를 가진 두 미치광이가 누가 더 큰 작동 버튼을 가졌는지를 뽐내고 있다"고 말했다.

키멜이 이런 언급을 했던 2018년 초는 북미가 이른바 핵단추 설전 등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핵전쟁 위기로 치닫던 시기였다.

2018년 1월1일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윗에서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응수, 북미 정상간 갈등이 최고조로 격화했으나, 한달여 뒤에 열린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해빙 무드와 맞물려 6월 첫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바 있다.

그해 2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설이 불거진 전직 포르노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가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하기도 했다.

토크쇼 진행자인 키멜은 롤링스톤의 폭로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송국에 압력을 행사하려 한 데 대해 "또 하나의 완벽한 전화 통화"라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해 조 바이든 부자를 수사하라고 압력을 넣은 것을 두고 "완벽한 전화 통화였다"고 말한 것에 빗댄 것이다.

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 회부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론에 압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비교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닉슨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언론의 비판과 풍자를 못 견디고 탐사보도 전문기자의 자동차 핸들에 향정신성의약품인 LSD를 발라 암살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