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0년 역사 속 '만일염불' 발상지…왕실 소원 빌던 '원당' 역할도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 일으킨 '고성 건봉사지' 사적 지정
6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전하나 한국전쟁 당시 불타 옛터만 남은 강원 고성 건봉사(乾鳳寺) 절터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은 강원 고성군에 있는 시도기념물 '고성 건봉사지'를 28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과 옛 문헌 기록 등에 따르면 건봉사는 신라 법흥왕 7년인 520년에 승려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원각사'(圓覺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한다.

이 절은 '만일염불'(萬日念佛)의 발상지이자 중심 도량(불도를 닦는 곳)이었으리라 추정된다.

만일염불회는 극락에 오르기 위해 1만일, 햇수로는 약 27년 동안 나무아미타불을 입으로 외우며 기도하는 모임을 뜻한다.

살아서는 편안한 생활을 하고 죽어서는 극락왕생할 것을 기원한 법회다.

절의 서쪽에 봉황새 모양의 돌이 있어 '서봉사'(西鳳寺), '건봉사'(乾鳳寺)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던 이 절은 조선시대에도 역사를 이어왔다.

세조(재위 1455∼1468년) 대에는 왕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세우거나 육성한 불교 사찰을 뜻하는 원당(願堂)의 기능을 수행했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 일으킨 '고성 건봉사지' 사적 지정
건봉사는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 유정(惟政·1544∼1610)과의 인연이 잘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사명대사는 이곳에서 승병을 모집해 훈련했으며, 1605년에는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부처님의 치아와 사리 등을 되찾아 와 이곳에 봉안했다고 한다.

오랜 연사 속에 한때 규모가 3천 칸이 넘기도 했지만, 한국전쟁 때 대부분 불에 타 소실됐다.

문화재청은 건봉사 터의 역사·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1990년 지표 조사를 시작으로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진행한 발굴조사에서는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한 고려 후기 건물터가 확인된 바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시대 일반적인 사찰 배치에서 보이는 예불 공간 중심의 구성이 아니라 예불 공간과 승방이 균일하게 구성된 양식을 보여주는 고려시대 다원식(多院式) 구조의 특징을 갖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