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개인전
여전히 톱 드는 1세대 여성조각가 김윤신의 작품 세계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88)의 개인전이 28일부터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시작됐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1974년 다른 선배 여성 조각가들과 함께 한국여류조각가회 설립을 주도하는 등 활동하다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그곳에 기반을 두고 활동해 왔다.

작가는 나무와 돌 등 자연 재료를 톱 등으로 직접 다듬어 재료의 속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 열린 전시에서 회화를 중심으로 신작 조각을 선보였던 데서 나아가 이번 전시는 석판화, 석조각, 목조각, 최근 한국에서 작업한 작품 등 70여점을 통해 작업의 변곡점들을 짚는다.

전시제목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작가가 1970년대 후반부터 일관되게 작품 제목으로 쓰고 있는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의 의미를 한글로 풀어낸 것이다.

1964∼1969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유학 시절 판화과로 전과해 석판화를 처음 접한 작가는 일반적인 판화지가 아닌 한국에서 보내온 한지에 석판화 찍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당시 최우수 학생 작품으로 선정돼 현지 TV 방송에도 소개된 '예감' 등을 볼 수 있다.

여전히 톱 드는 1세대 여성조각가 김윤신의 작품 세계
새로운 재료에 대한 탐구는 돌조각에서도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 멕시코 전시를 계기로 방문한 멕시코에서 '오닉스'(Onyx)라는 준보석에 매료됐다.

한면은 거친 돌의 자연적인 질감과 형태를 살리고 한쪽 면은 과감하게 자르고 매끈하게 다듬은 작품은 대조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작가는 2001∼2002년 브라질에서도 준보석을 재료로 한 석조각을 탐구했다.

작가가 평생 주력한 매체는 나무였다.

1970년대 중반의 '기원쌓기' 시리즈는 흔히 소원을 빌며 돌을 위로 쌓는 돌쌓기처럼 절단된 면을 쌓아 올리듯 나무를 다듬은 것이다.

아르헨티나 이주 후에는 알가로보나 팔로산토 같은 현지의 단단한 나무들을 이용해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다.

1990년대는 날개나 십자가 또는 솟대를 연상시키는 T자 형태의 작품을 자주 했고 2000년 이후에는 남미의 토테미즘에서 영향을 받아 목조각에 색을 더했다.

여전히 톱 드는 1세대 여성조각가 김윤신의 작품 세계
지난해부터 한국에 머무는 작가는 구순을 눈앞에 둔 나이에도 직접 톱을 들고 나무를 자른다.

27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젊은이들이 아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눈을 감기 전까지 인생을 더 걸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내 나라에 더 많은 작품으로 예술을 통한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7일까지 계속된다.

무료 관람.
여전히 톱 드는 1세대 여성조각가 김윤신의 작품 세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