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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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2조4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히고도 미수금 때문에 주주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정부 방침에 따라 요금을 올리지 못해 발생한 사실상의 ‘손실’이다. 연료비가 오르면 그만큼 가스요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생긴 손실을 ‘앞으로 받을 돈’, 즉 미수금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는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는 사실상 막대한 적자를 내더라도 회계상으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 미수금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키는 ‘마술 지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적자를 흑자 둔갑시킨 '마법'…가스公 8.6조 미수금 논란
실제 가스공사의 2조원 넘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미수금을 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계산한 것이다. 미수금을 감안하면 가스공사는 사실상 적자다. 문제는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1조8000억원 수준이던 가스공사 미수금은 2022년 말 8조6000억원으로 1년 만에 6조8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올 1분기 말엔 미수금이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작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500%를 넘었다.

미수금 증가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치면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치솟았지만 가스공사가 제때 요금을 올리지 못한 탓이다. 당장 올 1분기만 해도 정부는 가스요금을 동결했다. 정부가 ‘인상 폭과 속도 조절’ 방침을 밝힌 만큼 2분기에도 가스요금 대폭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미수금이 쌓이고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가스공사는 지난해 회계상 흑자에도 불구하고 올해 무배당을 결정했다.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가스공사의 1, 2대 주주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한국전력으로 각각 26.9%, 24.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반발했다. 집단소송까지 나설 방침이다. 배당을 보고 가스공사에 투자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과거 미수금이 늘었을 때도 가스공사가 배당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미수금을 회수한 전력도 있는 만큼 올해도 배당을 해야 한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논리다.

미수금은 에너지 공기업 중 가스공사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 논란이 되고 있다. 1998년 도입 후 미수금이 쌓일 때마다 논란이 커졌다. 정부도 한때 미수금 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미 쌓여 있는 미수금을 한꺼번에 손실 처리할 경우 생길 혼란과 파장이 더 크다고 보고 제도 개편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