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라이브 스트리머들 경쟁 심화에 '심야 야외 방송' 몰려
심야에 중국의 육교 위 전등 켜고 늘어앉은 이들의 정체는
지난 20일 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시의 한 육교 위.
20여 명이 모두 똑같은 모양의 둥근 전등을 켠 채 몇m 간격을 두고 떨어져 앉아 각자 휴대전화에 대고 이야기를 하거나 흥얼흥얼 노래했다.

기온이 0도 가까이 떨어진 추운 밤이라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쓴 이도 있었고 휴대용 히터를 들고 온 이도 있었다.

모두 짧은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라이브 스트리머들이다.

26일 AFP 통신에 따르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실내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한밤 중 야외'라는 다른 무대를 통해 누리꾼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차오야(27) 씨는 매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야외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한다.

그는 "실내 라이브 스트리밍은 너무나 많고 시청자를 끌려면 예쁘게 보여야 하는데 난 그렇지 못하다"며 "그런데 우리가 한밤중에 홀로 야외에 있으면 매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우리에게 더 친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시청자들이 보내는 후원금이 유일한 수입원인 차오씨는 벌이가 좋은 날은 8시간 이상 방송을 해서 600위안(약 11만 원)도 벌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10위안(약 1천900원)밖에 챙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눈썹 타투이스트 장샤오샤오 씨는 팬데믹 기간 방역 제한으로 미용 관리실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전 3시까지 방송을 하는 그는 "사업이 타격을 입지 않았다면 라이브 스트리밍은 생각을 안 했겠지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정말 즐기기 때문에 이제는 부업으로 해볼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야에 중국의 육교 위 전등 켜고 늘어앉은 이들의 정체는
대부분의 더우인 라이브 스트리머들은 관련 에이전시와 계약을 한다.

에이전시가 장비 대여 등의 명목으로 수입의 10%를 떼어가고, 더우인이 50%를 떼어가면 이들은 수입의 40%만 챙길 수 있다.

그런데도 이용자가 6억 명에 이르는 더우인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 앱은 중국에서 인기 돈벌이 수단이다.

AFP는 "중국에서 야외 라이브 스트리밍은 약 1년 전에 시작했다"며 "구이린시에서는 해당 육교처럼 여러 곳에서 라이브 스트리머들이 대부분의 밤을 시청자들의 후원을 기대하며 몰려나온다"고 전했다.

야외 라이브 스트리밍 현장에는 관련 에이전시가 파견한 직원이 경호원 겸 도우미로 배치된다.

이들은 종종 술 취한 행인이 방송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거나 부적절한 시청자들을 차단한다.

AFP는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큰 규모의 후원금이 라이브 스트리머들을 끌어들인다고 전했다.

차오씨는 "어느 날 새벽 2시 20분에 한 시청자가 내 길거리 라이브 스트리밍을 보고 감동을 받고는 3천 위안(약 57만 원)을 후원했다"며 "나는 너무 기뻤고 그날 일찍 귀가했다"고 말했다.
심야에 중국의 육교 위 전등 켜고 늘어앉은 이들의 정체는
그러면서 "라이브 스트리밍은 실제로 매우 간단하다. 마치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