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 수가 1천만 명을 넘어서고, 주주 권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 '붐'이 일고 있다.
최근 늘어난 국내 주주제안은 감사 등 이사 후보 추천과 배당 확대에 집중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액주주 운동에 대해 기업의 비정상적 지배구조의 정상화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 한편, 기업의 내재가치와 상관없이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주식투자자 1천만명…"소액주주들 코로나19 이후 각성"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행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소액주주가 적극적으로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DB하이텍, 한국알콜, 광주신세계, 사조산업, 알테오젠, 휴마시스 등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십여개 종목의 소액주주 연대가 주주제안을 회사 측에 제출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이 모임과 연계해 활동하는 소액주주 모임만 30개에 이른다.
코로나19 기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주주 권리에 대한 인식도 제고되면서 소액주주 운동이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1년 말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소유자(중복 제외)가 약 1천384만명으로, 처음으로 1천만명대에 진입했다.
특히 최근에는 '헤이홀더' 등 소액주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주주제안에 대한 접근성도 커졌다.
신풍제약 소액주주들은 헤이홀더를 통해 의결권을 모아 지난 9일 이사회에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호황을 보이다 부진해지는 과정에서 기업의 물적분할 및 쪼개기 상장 등이 지배주주 이익을 높이는 쪽으로 활용이 되니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재작년에 상법이 개정돼 감사위원을 분리선임 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소액투자자들이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를 주주제안 형식으로 제안하는 것이 과거와 비교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국내 주주제안 성격은…감사선임·배당 확대 많아 국내 주주제안은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사 등 후보를 추천하는 안이 특히 많은 것이 특징이다.
행동주의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제안 안건에서는 특별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작년 주주총회(정기·임시 전체) 중 주주제안이 제기된 회사는 41개사로, 100건 이상의 안건이 상정됐다.
이중 이사 등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이 25개사(61%)로 가장 많았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나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한 경우가 19개 사로 대부분이다.
그다음이 정관 변경의 건(16개사·39.0%), 배당 및 자사주 취득, 소각 요구 등(14개사·34.1%), 이사 등 해임 건(6개사·14.6%) 등 순이었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E(환경)·S(사회) 분야 주주제안이 많은 미국, 정관 변경에 대한 주주제안이 많은 일본과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상장협이 작년 미국 러셀3000지수에 속하는 기업들의 주주제안 555건을 분석한 결과 환경·사회분야 주주제안이 288건, 지배구조 관련 주주제안이 218건이었다.
작년 일본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이 제기된 77개사 중에서는 정관 변경의 건(16개사·20.8%), 이사 등 해임의 건(16개 사·20.8%)이 많았다.
이재혁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주요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감사나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경영권 공격이 주를 이룬다"며 "이런 제안은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높인다기보다 (행동주의)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 선임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한 소액주주 모임 대표는 "기업들은 경영을 감시하고 참여하고 조언하는 인물이 외부인으로 들어오는 걸 아주 부담스러워한다"며 "소액주주 입장에선 우리 측 감사가 들어가면 회사 내부 사정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고, 회사와 대화하기가 훨씬 용이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