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한 1차 IP 대신 플랫폼에 사활…"팬덤 연구도 병행돼야" SM 인수전 향배는…'위버스+버블' 혹은 '카카오+버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팬 플랫폼을 활용한 미래 먹거리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벌이는 배경에도 미래 수익원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위버스'와 '버블'과 같은 팬 플랫폼을 통해 2차 지적재산(IP)을 활용하는 수익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2차 IP는 시장의 검증을 마친 1차 IP를 활용해 가공하는 만큼 투자 비용 대비 높은 수익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각 엔터사들은 과감한 투자와 추가 서비스 도입을 통해 플랫폼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 SM 3.0의 한 축 2차 IP 주목…하이브는 2차 IP 수익이 1차 IP 수익 넘기도 가요계에서 1차 IP는 아티스트 론칭, 음반, 음원,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의 근간을 이루는 사업을 말한다.
2차 IP는 이런 1차 IP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팬 플랫폼, MD(굿즈상품), IP 라이선싱, 영상 콘텐츠 사업 등으로 추가적인 수익원을 창출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달 21일 'SM 3.0 수익화 전략'을 통해 "현재 1차 IP 사업 대신 23% 수준인 2차 IP 사업의 매출을 2025년까지 40%까지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SM은 "2차 IP 사업을 통해 현재 연 1천200억원 수준의 MD/IP 라이선스 매출을 2023년 1천700억원, 2025년 3천억원까지 증대시킬 것"이라며 목표치도 제시했다.
비교적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1차 IP 대신 수익성이 높은 2차 IP를 향후 미래 전략의 핵심 성장축으로 낙점한 것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하이브 역시 최근 진행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위버스'를 중심으로 한 2차 IP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이브의 2022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1차 IP에 해당하는 직접 참여형 매출은 2천894억1천100만원이었으며 2차 IP에 해당하는 간접참여형 매출은 2천459억1천700만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직접 참여형 매출(2천62억3천500만원)보다 간접 참여형 매출(2천392억6천400만원)이 더 많았다.
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위버스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종합적이고 고도화된 플랫폼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엔터사들의 2차 IP 시장 공략에 대해 1차 IP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만큼, 향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 시장이 팬덤 시장으로 재편된 지금, 가장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산업이 바로 2차 IP 산업"이라고 짚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각 엔터사들은 실물 음반 판매량이 예전처럼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며 "실물 음반과 같은 1차 IP 산업 말고 다른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핵심은 팬 플랫폼…즐기고 소통하고 구매까지 2차 IP의 확장 중심에는 팬과 아티스트들이 소통할 수 있는 팬 플랫폼이 있다.
위버스는 2021년 네이버의 아티스트 스트리밍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팬들은 위버스를 통해 가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일상을 올리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 수 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아티스트의 무대 밖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음반을 포함해 굿즈 상품 등 아티스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건 덤이다.
또한 위버스는 아티스트의 향후 활동 계획과 같은 주요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위버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022년 3분기 690만명에서 4분기 840만명으로 약 21% 성장했다.
2021년 말 36개였던 아티스트 채널 수는 2022년 말 78개까지 늘어났다.
하이브는 위버스에 팬이 굿즈를 디자인하고 주문할 수 있는 '바이팬스'(byFans) 서비스를 올해 2분기 중 출시하고, 3분기에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해 위버스를 통한 수익 다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에서 제공하는 버블은 팬과 아티스트 사이 구독형 채팅 플랫폼이다.
팬이 구독권을 결제하면 해당 아티스트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버블 내 라이브 기능을 통해 실시간 영상 및 음성 라이브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디어유의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디어유의 연간 매출은 2018년 3억4천800만원에서 2022년 491억9천400만원으로 증가했다 SM은 팬 플랫폼의 투자 및 확장을 위해 2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커뮤니티와 커머스, 콘텐츠 기능을 통합·강화한 플랫폼을 출시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성수 SM 공동대표이사는 "플랫폼 기능을 지속 고도화하고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추가적 가치를 지속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SM 경영권 둘러싼 하이브, 카카오 경쟁…'위버스+버블' 혹은 '카카오+버블' 최근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나선 것도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로서는 이번 인수전이 국내에서 위버스의 유일한 경쟁 팬 플랫폼이라고 할만한 버블을 인수할 기회인 셈이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주주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서로 다른 매력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하이브의 위버스와 SM의 버블, 두 글로벌 플랫폼의 확장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로서는 SM의 경영권 획득에 성공할 경우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버블을 활용해 산하 레이블의 아티스트를 홍보할 수 있는 동시에 위버스까지 견제하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는 SM의 경영권 획득에 실패하면, 팬 플랫폼 시장에서 카카오라는 거대한 경쟁자를 맞닥뜨려야 한다"며 "하이브와 카카오 양사 모두 SM 인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