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화마에 모아이 석상까지 훼손…"칠레 정부 대응 더뎌"
"대통령, 묵묵부답" 화재 늑장복구에 뿔난 칠레령 이스터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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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여 전 화재로 명물 '모아이' 거석상 훼손 피해까지 본 칠레령 이스터섬에서 주민들이 본국 정부의 늑장 복구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칠레 라디오방송 비오비오와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페드로 에드문즈 파오아 이스터섬 시장은 "칠레 정부에서 약속한 지원은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비오비오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 자금은 어떻게 조달될 것인지, 피해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게 없다"며 "특히 모아이 석상 훼손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살필 전문가들도 오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3일 이스터섬 라파누이 국립공원에서 난 불로 100만㎡ 면적 초목이 탔다.

현무암 재질 모아이 석상 120여개도 검게 그을리거나 재로 뒤덮이는 피해를 봤다.

현지인들이 '라파누이', '이슬라 데 파스쿠아'로 부르는 면적 163㎢의 이스터섬에는 880여개의 모아이 석상이 있다.

이스터섬 원주민이기도 한 파오아 시장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화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라며 일부는 생활 터전에 막대한 손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이스터섬 주민 8천명을 위해 도움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주길 원한다며, 수도 산티아고 대통령궁에 있는 누구에라도 섬의 어려움을 호소하려 하지만 "그들은 침묵만 지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스터섬 원주민들은 칠레 본토 출신 이주민들에 대해 뿌리 깊은 불만을 품고 있다.

각종 이권을 이주민이 독차지하는 반면 원주민들은 점차 주변부로 밀리며 경제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원주민은 국제사회에 칠레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조직해 보기도 했지만, 칠레 정부의 진압에 번번이 무산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