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흥행 속 만화책 50일 만에 100만부 팔려…"과거형 만화 되지 않게 노력"
오리지널판 62만부·프리미엄판 19만부 발주
대원씨아이 황민호 대표 "슬램덩크, 32년만에 처음본 판매 기록"
"50일 만에 140만 부를 발주했고, 100만 부 발행했어요.

제가 이 회사에 들어온 지 3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만화책을) 이만큼 찍어본 적이 없어요.

"
만화책 '슬램덩크'를 국내 유통하는 대원씨아이의 황민호 대표는 23일 서울 용산구 대원씨아이 본사에서 이뤄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연초부터 시작된 '슬램덩크' 열풍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누적 관객 수는 338만 명(22일 기준)을 넘기면서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영화 2위를 기록했고, 만화책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은 총 100만 부가 팔렸다.

이 모든 기록이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세워졌다.

황 대표는 애니메이션이 극장에 걸리기 전부터 주문량 증가를 예상하고 재고를 확보했음에도 치솟는 수요를 맞추기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말에 애니메이션이 잘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2017년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개봉했을 때 만화책도 많이 팔렸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재고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애니메이션이 개봉하고 일주일도 안 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주문이 몰렸다"며 "지난달 2일 20만 부 발주하고, 이틀 뒤 또 20만 부를 발주하는 식으로 지난달 15일에 이미 100만 부를 발주했다"고 덧붙였다.

대원씨아이 황민호 대표 "슬램덩크, 32년만에 처음본 판매 기록"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총 31권짜리였던 오리지널 버전을 20권으로 정리해 새 표지를 붙인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버전의 '슬램덩크' 단행본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현재까지 '슬램덩크 오리지널'은 62만 부, '슬램덩크 완전판 프리미엄 박스판'이 19만2천 부, 애니메이션 제작기와 미수록 단편 만화 '피어스' 등을 담은 '슬램덩크 리소스'는 8만 부, 잡지 판형으로 만든 '슬램덩크 챔프'는 7만 부를 발주했다.

황 대표는 이 엄청난 인기는 단순히 30·40대의 향수와 추억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황 대표는 "이전에는 2만 세트(40만 부)가 최고였는데, 지금은 7만 세트까지 팔린다는 것은 이전에 '슬램덩크'를 보지 않았던 새로운 독자들이 유입됐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슬램덩크'는 1990년대 발매 당시 초판을 30만 부씩 찍던 인기작이었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황 대표는 "만들어진 작품을 오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슬램덩크'가 과거형 만화가 되지 않고 현재진행형 만화가 되도록 새 버전을 계속 내왔다"고 설명했다.

2006년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 측에 먼저 제안해 일본에는 없는 '프리미엄 박스판'을 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2015년에는 오리지널판을 다시 펴냈다.

이를 20권으로 엮은 신장재편판은 2018년에 나왔다.

'슬램덩크'라는 작품 자체의 가치도 높게 봤다.

그는 "명작은 시대가 지나도 계속 감동을 줄 수 있다"며 "'슬램덩크'는 농구라는 스포츠를 두고 용기와 도전 의식을 잘 담아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기에 시대를 초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원씨아이 황민호 대표 "슬램덩크, 32년만에 처음본 판매 기록"
대원씨아이는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와 함께 국내 3대 만화출판사로 꼽힌다.

과거에는 일본 인기 만화를 국내에 유통하는 곳으로 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웹툰을 만들면서 여러 작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웹툰 '다시 한번, 빛 속으로'가 일본 카카오픽코마에서 연재 첫날 매출 1위를 기록했고, 라인망가에서는 '흰 사슴 잉그리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황 대표는 "2019년부터 웹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매년 신작 30∼40편을 내놓고 있다"며 "작년 매출을 보면 디지털(웹툰·만화 스캔·웹소설) 매출이 종이책 매출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