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물가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 목표치(2%)의 두 배인 4%를 두 달 연속 넘었다. 그러나 우에다 가즈오 차기 일본은행 총재 후보자는 24일 청문회에서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고물가에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Fed) 등과 상반된 행보다. 다만 그의 발언에도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조만간 대규모 완화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1년 만의 고물가에도 ‘금융완화 지속’

24일 일본 의회 중의원에서 열린 첫 번째 청문회에 출석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후보자.  EPA연합뉴스
24일 일본 의회 중의원에서 열린 첫 번째 청문회에 출석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후보자. EPA연합뉴스
일본 총무성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올랐다고 24일 발표했다.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1년 9월 이후 41년4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일본은행 물가관리 목표(2%)의 두 배가 넘는다.

일본 물가는 17개월 연속 오름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 영향으로 수입 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영향이 크다. 수입 의존도가 80%와 70%를 넘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은 1월 각각 14.6%, 7.4% 뛰었다. 난방비 가격이 치솟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대책회의를 열어 “전력회사의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을 엄격히 심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날 우에다 후보자는 일본 의회 중의원에서 열린 첫 번째 청문회에서 “경제와 물가 정세를 감안할 때 (지금까지의 대규모 금융 완화는)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였다”며 “앞으로도 상황을 봐가며 금융 완화를 지속해 기업이 임금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일본은행 관리 목표(2%)의 두 배를 넘어도 금융 완화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현재의 물가 급등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지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 아니다”며 “올해 중반부터 물가상승률이 다시 2%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시각은 구로다 하루히코 현 일본은행 총재와 같다. 우에다 후보자의 발언에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 오른 27,453.48에 거래를 마쳤다.

연내 마이너스 금리정책 끝내나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수정하는 시점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이다. 우에다 후보자는 “물가상승률이 계속 2%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 금융 정책의 정상화(대규모 금융 완화 중단)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정책에 대해서도 “2% 목표를 달성하면 대량 국채 매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행은 구로다 총재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부터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펼쳐왔다. 이례적인 금융 완화 정책이 10년째 이어지자 국채시장 기능이 약화하는 등 부작용도 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2013년 1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가능한 한 빨리 2% 물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공동성명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에다 후보자는 “당분간 공동성명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규모 금융 완화의 부작용 검증 필요성에 대해서는 “(총재에 취임하면) 필요에 따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 시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이르면 내년 단기금리를 연 -0.1%로 정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것으로 본다. 반면 외국계 투자자들은 올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의회 동의를 얻으면 우에다 후보자는 오는 4월 9일 제33대 일본은행 총재에 취임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