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착하게 살려고 하는 일들이 정말 착한 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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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마이클 슈어 지음 / 염지선 옮김
김영사 / 408쪽|1만8000원
SNL 제작자의 요절복통 '철학책'
"친구 때리면 안되는 이유" 묻고
선과 악의 개념부터 정리해줘
마치 코미디쇼처럼 재미있게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 설명
"철학은 두통을 일으키지만
더 좋은 나를 만들어 주는 원동력"
마이클 슈어 지음 / 염지선 옮김
김영사 / 408쪽|1만8000원
SNL 제작자의 요절복통 '철학책'
"친구 때리면 안되는 이유" 묻고
선과 악의 개념부터 정리해줘
마치 코미디쇼처럼 재미있게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 설명
"철학은 두통을 일으키지만
더 좋은 나를 만들어 주는 원동력"


저자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일에 도가 터버린 콘텐츠 제작자다. 책이 재밌을 수밖에. 아리스토텔레스, 제러미 벤담, 장 폴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 이야기를 읽다가 ‘풉’ 소리를 내며 웃게 된다. 그 어려운 일을 이 책은 해낸다. 윤리적 딜레마에 처한 상황들을 잘 짜여진 드라마처럼 그려낸다. 다양한 윤리학과 철학 이론이 흥미진진하다.
책을 쓴 슈어는 “마트 카트를 쓰고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할까. 다시 저 멀리까지 가서?”(4장), “윤리적 결정은 어렵다. 그냥… 안 하면 안 될까”(11장) 같은 골때리는 질문을 제기한 뒤 철학자들의 책을 인용하며 답한다.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다. 각 장에서 던지는 화두는 사실 엄중한 윤리적 고민을 담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얼굴을 후려쳐도 될까”(1장)라는 질문만 해도 그렇다. ‘나쁜 짓이니까’라는 답은 ‘나쁜 짓이란 무엇인가’ ‘거꾸로, 착하다는 건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책마을] 착하게 살려고 하는 일들이 정말 착한 짓일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302/AA.32709054.1.jpg)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같은 건 세상에 충분하다고, 윤리 얘기는 이제 지겹다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서론에서는 간단한 상황으로 윤리학의 첫발을 떼려는 독자들의 몸을 풀어준다.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누군가의 이야기다. 그는 길에 떨어진 플라스틱 컵을 주워서 버리고, 소고기 산업이 기후에 악영향을 준다는 걸 감안해 비건(대체육) 버거를 사 먹는다. 그는 착한 사람일까. 불행히도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그의 표현을 빌려보자. “당신이 주워서 버렸던 플라스틱 컵은?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 텍사스주 크기의 쓰레기섬에 당도한 그 컵은 태평양 해양 생물의 목숨을 위협할 것이다. 비건 버거는 사실 아주 먼 곳에서 출발해 엄청난 양의 탄소발자국을 기록하며 동네 가게에 도착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선하게 사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저자는 “내가 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온 힘을 다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설파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얽히고설킨 윤리 문제를 오래도록 고민해온 선조들이 있고, 그들이 남긴 무수한 책이 있다. “철학자들이 격정을 못 이기고 쓴 듯한 어마어마한 양의 글이 두통을 유발한다는 점만 어떻게 잘 넘기면 다양한 철학 이론으로 무장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활용하거나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질 수도 있다.” 책은 이런 격려도 한다.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의문을 품는 것 자체가 이미 중요한 걸음을 뗀 셈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근엄한 책 제목이 본문의 톡톡 튀는 매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건 원서도 마찬가지다.
원제는 ‘완벽해지는 방법 : 모든 윤리적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How to Be Perfect : The Correct Answer to Every Moral Question)’.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