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금융계 인사 줄줄이 낙마…"금융·국유기업 정조준"

중국 사정당국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그릇된 사상과 문란한 풍조 척결을 강조하며 '반부패 투쟁' 강화를 예고했다.

"배금론·향락주의 타파"…中 사정당국 '반부패 투쟁' 고삐
24일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전날 홈페이지에 '반부패 장기전의 단호한 승리'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금융 엘리트론과 배금론, 서방추종론 등 잘못된 사상을 타파하고, 쾌락주의와 사치풍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천500여 자의 이 문장 가운데 '금융'이 16번, '중앙기업'이 8번 등장, 사정의 칼날이 이 분야에 집중될 것임을 예고했다.

기율감찰위는 정치적 입장과 판단력 및 이해력, 집행력을 제고하고, 기율·규율 훼손 문제를 엄중히 가려내야 하며 당에 대한 불충과 불성실 문제를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면종복배(面從腹背)하는 양면적 행태와 정치 집단이나 이익집단의 이익만 좇는 부패 분자들을 엄정하게 단속해 당내 잠재된 병폐를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정경 유착과 자본의 정치 영역 침투, 영도 간부가 이익 집단과 권력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풍토를 단호히 방지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금융과 국유 기업들이 당의 지도력이나 중국 특색의 정치성, 대중의 정서를 무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표면적인 규율 위반뿐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근원적인 문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과 자금, 자원이 몰리는 분야의 지속적인 부패 척결과 명의뿐인 '그림자 주주'와 '그림자 회사', 책임 회피를 위한 도피식 퇴직 등 신종 부패와 음성적인 부패 단속을 강화해 권력과 자본의 유착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현지 매체들은 기율감찰위의 발표문 가운데 이번처럼 '타격'의 대상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대대적인 벌여온 고강도 부패 척결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 새해 벽두인 지난달 6일 지빈창 산둥성 칭다오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기율감찰위 조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고위 관료의 낙마가 잇따랐다.

"배금론·향락주의 타파"…中 사정당국 '반부패 투쟁' 고삐
중국 최대 국유 손해보험 회사인 중국인민보험그룹의 회장 겸 당 위원회 서기인 뤄시와 중국은행 회장 겸 서기인 류롄거가 지난 17일 돌연 면직됐고, 중국 투자은행(IB)인 차이나 르네상스(華興資本)의 바오판 회장은 최근 연락이 두절됐는데 중국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이달 들어 허우민 중국농업발전은행 선양 감사지부 총경리, 장시성 인민대표대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쿵파룽 전 주임, 중국건설은행 톈진시 지점 장룽취안 전 선임담당관, 장시성 은행보험감독관리국 슝샤오원 전 부처장, 저장성의 저상은행 선런캉 전 서기 등이 심각한 기율·규율 위반 혐의로 기율감찰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공업은행 본점 리웨이핑 개인금융 총괄 사장 등 은행 고위 임원 4명도 부패 혐의가 적발돼 조사를 받거나 당적과 직위를 박탈당했다.

지난달에는 최고인민검찰원이 수뢰 등 혐의를 받는 왕빈 전 중국생명보험 회장에 대해 기소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호랑이 사냥(고위 관료 척결)' 대상에 금융권 인사들이 집중된 것과 관련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가 금융 분야를 정조준하는 것과 연관 짓는 시각이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