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23일 오후 12시47분

SM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의 인수합병(M&A) 시도에 맞서 카카오를 ‘우군’으로 불러들이면서 자사 음원 및 음반 유통을 카카오에 무기한 넘기는 내용 등을 담은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SM엔터 최대주주에 오른 하이브는 이 계약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SM엔터와 카카오 간 사업협력 계약서에 따르면 SM엔터는 자사가 보유한 다수 아티스트 관련 권리를 카카오에 넘기기로 했다. 이 계약서는 지난 7일 카카오가 SM엔터에 9.05%의 신주 및 전환사채(CB)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 함께 작성됐다. 이성수·탁영준 SM엔터 공동대표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르면 SM엔터는 국내 음반 및 음원 유통 업무는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맡도록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올해 6월 이전에 체결됐거나 체결되는 유통 계약은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대로 차례로 카카오엔터로 이관하기로 했다. SM엔터가 진행하는 해외 음반 및 음원 유통, 국내 공연과 팬미팅 티켓 유통도 모두 카카오엔터를 통해서 하도록 했다.

SM엔터 아티스트의 북미 및 남미 지역 매니지먼트 업무는 SM엔터와 카카오엔터의 미국 자회사(카카오엔터아메리카)가 50 대 50 비율로 신설하는 합작사에 넘기고, 합작사 초대 대표는 장윤중 카카오엔터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카카오엔터아메리카는 지난해 12월 신설돼 현재까지 발생한 매출이 없는 회사다. 장 부사장은 또 SM엔터 등기임원과 SM엔터의 글로벌 음원 유통 총괄 업무를 맡기로 했다.

카카오는 “음반 및 음원 유통 관련 사업 협력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이런 계약 내용을 파악하고 “SM엔터의 주주가치를 막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의 독점 유통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SM엔터가 누려야 할 이익이 영구히 카카오로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엔터 소속 장 부사장이 SM엔터 등기임원 및 SM엔터의 글로벌 음원 유통 총괄 업무를 맡는 것은 이해상충”이라고 밝혔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